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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밤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3대1 승), 짜릿한 골, 달콤한 승리보다 오래오래 여운이 남았던 장면은 이동국과 손흥민의 아름다운 골 세리머니였다. 1979년생 , 35세의 골잡이 이동국과 1992년생 , 22세의 골잡이 손흥민이 한 그라운드에서 호흡을 맞추며 최고의 장면을 빚어냈다. 둘이 함께 한 무대에 오른 건 지난해 6월 18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 이란전(0대1 패) 이후 15개월 만이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7분 이동국의 센추리 클럽 가입과 함께 터져나온 헤딩 역전골, 손흥민은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큰 기쁨과 존경을 표했다. A매치 100경기를 뛴 '철인' 대선배 앞에 '독일 레버쿠젠의 에이스' 걸출한 후배가 무릎을 꿇고 축구화를 닦아주는 세리머니는 아름다웠다. 시련을 이겨내고, 세월을 거스른 대한민국 최고 골잡이 이동국을 향한 '오마주'였다. 한국축구의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최고의 세리머니였다.
이동국은 이날 후반 12분 헤딩 역전골, 후반 17분 쐐기골 등 '멀티골'을 가동하며 센추리클럽 가입을 자축했다. 1998년 5월 16일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후 5957일, 만 16년3개월20일 만에 대업을 이뤘다. 차범근 홍명보 황선홍 유상철 김태영 이운재 이영표 박지성에 이은 9번째 센추리클럽을 달성했다. "현역 은퇴까지 대표팀 은퇴는 없다. 프로선수라면 대표팀은 마지막까지 평가받는 자리"라는 말로 대표팀의 의미를 되새겼던 이동국이 첫 A매치때처럼 100번째 A매치에서도 펄펄 날았다. 3대1,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브라질월드컵 뒤 첫 경기였다. 많은 팬들의 응원 속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다. 내가 골을 넣진 못했지만, (이)동국이형이 100번째 A매치서 득점을 해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축구화를 닦는 재치넘치는 골 세리머니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하지 못했는데, 존경심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경기 전 '형님, 100번째 경기인 만큼 축포를 터뜨리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내가 득점을 하진 못했지만 동국이형의 골이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멋있다"며 찬사를 쏟아냈다. 이동국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머리로 골을 넣었는데 흥민이가 발을 얹으라고 해 당황했다. 손흥민이 유럽에서 지내다보니 쇼맨십이 있는 것 같다"며 후배의 세리머니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손흥민은 독일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힘이 좋고 많은 골을 넣었다. 오늘 경기서도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젊은 선수인 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3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K-리그 최고 골잡이' 이동국과 '독일 분데스리가 최강 공격수' 손흥민의 눈빛이 통했다. 대한민국 축구가 다시 희망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