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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없다. 그래도 닻을 올렸다.
태극마크의 위기다. 한국 축구는 브라질월드컵에서 16년 전으로 돌아갔다. 1무2패를 기록, 1998년 프랑스대회 이후 처음으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H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새롭게 기술위원회가 꾸려졌고, 차기 A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위한 협상이 한창이다.
감독이 없는 것은 아킬레스건이다. 짧은 기간의 소집이라 분위기도 다소 혼란스럽다. 그러나 구원의 손길은 없다. 어두운 터널에서 스스로 빛을 찾아야 한다. 태극전사들의 몫이다.
과연 브라질월드컵의 후유증을 어떻게 털어낼 수 있을까. 일단 태극전사의 각오는 묵직했다. 기성용은 "주어진 결과를 다 떠나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어야 한다"며 "주어진 역할과 환경에 적응하겠다. 다들 좋은 경기를 하려고 한다. 모두 그럴만한 이유들도 있다. 준비를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청용은 "아직 감독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어떤 분위기일지 잘 모르겠다. 그런 부분에서는 이번 A매치가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미스터 쓴소리'로 할 말은 했다. 하지만 본분은 잊지 않았다. 그는 "월드컵은 끝났다. 이제는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최근에 좋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친선경기에 대한 각오가 남다르다"고 했다.
손흥민도 "브라질월드컵 실패가 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됐다. 많은 팬들의 시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이번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남미의 강팀이니만큼 많지 않은 시간이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2년 9개월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차두리는 "한국 축구가 브라질월드컵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게 내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월드컵 출전 여부를 떠나 모두가 '반전'을 꿈꾸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신태용 코치도 동색이었다. "선수들에게는 희생정신을 발휘하도록 요구하겠다. 아직 한국 축구가 죽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겠다. 노장과 신예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개개인 면담을 통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적인 축구를 펼쳐보이겠다."
한국 축구가 방황하고 있다. 위기가 곧 기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