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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프로 12년차 서울 고명진에게 축구란?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9-02 17:55 | 최종수정 2014-09-03 06:36


2014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FC서울의 고명진이 제주 이현호와 치열한 볼경합을 벌이고 있다.
상암=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8.31/

한때 이청용(26·볼턴)보다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고명진(26·서울)은 기대주로만 8년을 보냈다.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2014년 고명진이 새로운 눈을 뜨고 있다. 26세지만 프로 12년차의 '왕고참'이다. 2003년 석관중을 중퇴하고 프로무대에 진출했다. 일곱살에 학교에 들어간 그는 이청용의 1년 선배다. 마침내 축구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다.

2011년 4월 최용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물줄기가 바뀌었다. 벤치에서 탈출하며 하대성(29)과 부동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구축했다. 하지만 '2인자'였다. 하대성이 올시즌 서울을 떠나 베이징 궈안(중국)으로 이적했다. 고명진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 확고부동한 FC서울의 중원사령관이었다.

그러나 롤러코스터를 탔다. 서울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선 순항했지만, 정규리그는 12개팀 가운데 11위까지 떨어졌다. 고명진도 출발이 더뎠다. 동계전지훈련 기간 중 부상 악재를 만났다. 시즌 개막에 몸시계를 맞췄지만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재계약 문제까지 겹치면서 흔들렸다. 4월이 최악이었다. ACL 센트럴코스트(호주)와의 원정경기와 K-리그 포항전에선 아예 엔트리에 제외됐다. 어느 해보다 기대가 컸던 최 감독도 실망스러웠다.

다행히 방황은 길지 않았다. "서울에 12년 있었다. 서울에 있던 기간 중 올시즌이 가장 힘든 시간이다. 나의 말이나 생각은 필요없다. 몸으로 보여주고 싶다. 힘든 시기를 극복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가슴에는 엠블럼이 있다. FC서울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잃지 않고 반드시 연말에 웃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4월 23일 베이징과의 ACL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둔 그의 배수진이었다.

4개월이 흘렀고, 그의 약속은 날개를 달았다. 서울은 지난달 ACL과 FA컵 4강에 올랐다. 클래식에선 3승2무1패를 기록했다. 고명진은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9경기 가운데 8경기에 출전했다. 수비와 미드필드를 오가는 '꿀영입' 오스마르를 비롯해 최현태 이상협 등과 환상호흡을 자랑했다. 수비형과 공격형 미드필더의 경계선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달 23일 선두 전북과의 원정경기에서는 교체출격해 경기 종료 직전 윤일록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고명진이 보이는 날과 보이지 않는 날에 따라 서울 경기력의 편차가 크다'는 평가가 그의 현주소다.

플레이는 무르익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는 있다. 공격포인트다. 고명진은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단 한 골도 터트리지 못했다. 전북전 도움이 첫 공격포인트였다. 이름값에 버금가는 공격포인트가 필요하다. 그래야 더 성장할 수 있다. 최 감독도 내심 고명진의 골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은 9월 클래식 5경기, ACL 4강 1차전을 치른다. 그러나 인천아시안게임에 차출된 상승세의 윤일록이 없다. 차두리와 김주영은 A대표팀에 소집됐다. 7일과 10일 정규리그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고명진의 올시즌 타이틀은 '부주장'이다. 중원의 키를 쥐고 있는 그의 그래프는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전히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의 운명이 곧 팀의 운명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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