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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는 처음이지?'부산,그라운드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9-01 06:35



부산 아이파크가 K-리그 클래식 최하위로 떨어졌다.

부산은 30일 인천전용구장에서 펼쳐진 K-리그 23라운드 인천과의 원정경기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경기 시작전까지만 해도 팽팽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8위 인천(승점 21)부터 최하위 경남(승점19)까지 승점 2점 범위 내에 줄줄이 늘어섰다. 인천과 상주가 승점 21, 득실차 8-9위를 달렸고, 10위 성남, 11위 부산, 12위 경남이 승점 19점에 나란히 묶였다. 승점 3점에 순위가 수직상승, 수직하강할 수도 있는 상황, 소위 '승점 6점짜리'라 불린 경기였다.

결과는 인천의 완승이었다. 이보가 2골-1도움, 김도혁이 1골-1도움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부산은 전반 21분 남준재에게 페널티킥을 내준 후 무너졌다. 공수 모든 면에서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 특히 전반 31분 이보가 메시에 빙의된 듯 박스 안에서 현란한 몸놀림으로 부산 수비진 5명을 줄줄이 벗겨낸 장면은 치욕이었다.

21라운드 성남전에서 지독한 11경기 무승을 끊어내며 부활하는가 싶던 부산이 다시 2연패했다. 이날 수원에 0대1로 패한 경남에 골득실에서 1골차로 밀리며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승점 2점차던 8위 인천(승점 24)과 최하위 부산(승점 19)의 격차는 승점 5점차로 벌어졌다. 부산은 8월 초 서울과의 2연전에서, 2연패하긴 했지만, 경기력과 정신력을 탓할 수 없었다. '골운'이나 '환경'을 탓할 여지라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인천에 속수무책 무너진 부산의 경기력은 운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부족했다. 윤성효 부산 감독 역시 "우리가 원하는 게 아무것도 안 됐다. 미드필드 플레이가 안 됐다. 결과는 물론 경기 내용에서도 완패했다"고 패배를 자인했다.

윤 감독은 부산에서 희망의 축구, 믿음의 축구, 기다림의 축구를 말해왔다. 준비된 신인들에게 거침없이 기회를 주고, 도전하게 하고, 희망을 품게 하는 축구다. 주세종 박용지 연제민 이창근 등 어리지만 가능성 충만한 선수들을 믿고 쓴다.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축구를 하는 장기 플랜, 부산과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 인내심을 갖고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길러내는 일을 목표 삼고 있다.

지난 2년간 상위그룹에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기업구단 부산은 강등권을 몰랐다. '어어…' 하는 사이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왔다. 처음 겪는 시련에 선수들 역시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고참과 중심의 부재다. 부산은 인천에게 전반 2골을 허용한 후 후반전 마음이 급해졌다. 파상공세에 당황하며 일방적으로 몰렸다. 공격도 급해졌고, 수비도 우왕좌왕하면서 결국 자멸했다. '중원사령관' 박종우가 광저우 부리로 이적하면서 김익현 정석화 홍동현 전성찬 주세종 닐손주니어 등과 여름이적시장에서 영입한 김용태가 중원을 지키고 있다. 리그 190경기를 소화한 김용태를 제외하고는 많아야 통산 50경기 안팎을 뛰었다. 저마다의 장점을 지닌 가능성 충만한 선수들이지만 경험치가 부족하다. 붙박이 미드필더가 아닌 탓에 의욕은 넘치지만 경기력은 들쭉날쭉한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미드필더 라인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저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패기있게 뛰지만 그라운드 안팎, 위기 상황에서 선수들을 정신적, 기술적으로 묶어낼 리더가 없다. 부산전에서 데뷔골을 쏘아올린 '22세 인천 루키' 김도혁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사우나와 커피숍을 가면서 (설)기현이 형을 비롯해 선배들이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선후배 관계에 터울 없이 여러 좋은 말이 오간다"고 자랑했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결국 선수들의 몫이다. 장학영 김용태 등 몇 안되는 고참 선수들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부산은 주중인 3일 수원과의 24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 인천전 직후 부산에 내려가지 않고 수원에 캠프를 차렸다. 10일 전북 현대, 13일 울산 현대와의 홈경기가 연이어 잡혀있다. 부담스러운 강팀과의 3연전은 강등권 탈출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플릿리그까지 이제 딱 10경기가 남았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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