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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펠레 스코어(3대2)'의 명승부는 생각도 못했다.
K-리그 클래식의 1위인 '1강' 전북의 안방이다. 상대는 내셔널리그의 강릉시청이었다. 경기전 취재진과 만난 최강희 전북 감독은 웃으면서 이변의 묘미에 대해 얘기를 했다. "이변이 축구의 매력이다. 의외성에 당하지 않기 위해 훈련을 강하게 했다." 경계심도 드러냈다. 그는 "강릉시청은 원래 역습을 하는 팀인데, 오늘 더 극단적인 수비로 나선 뒤 역습을 노릴 것이다. 이런 경기가 제일 힘들다. 집중하고 경기해야 하는데 1~2명이 흐트러지면 전체 경기력이 느슨해진다"고 말했다.
전북은 사실상 2군에 가까운 선발진을 꾸렸다. 16일에 열리는 포항과의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에 대비한 전략이었다. 베스트 11 중 주전은 골키퍼 권순태와 레오나르도 뿐이었다. 강릉시청은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에 맞섰다. 수비수 5명을 페널티박스 안쪽에 포진시키고 그 위에 4명의 미드필더가 2선 라인을 형성했다. 최전방 공격수인 윤성우를 제외한 9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촘촘히 수비 진영을 지켰다. 그럼에도 전북은 여유가 넘쳤다. 가볍게 몸을 풀듯 경기를 운영했다. 전반 36분 고병욱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잠시 긴장을 하긴 했지만 후반 4분에 터진 이상협의 동점골로 한숨을 돌렸다.
예상밖 1-1 박빙승부가 전개되자 최 감독은 일찌감치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후반 5분, 김인성과 리치를 빼고 주전인 이승기와 이재성을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다. 후반 23분에는 김남일 대신 카이오까지 투입해 추가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역효과였다. 주전 공격수들이 투입되자 전북은 오히려 느슨해졌다. '당연히 역전할 것'이라는 마음가짐이 전북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방심이 화를 불렀다. 공격에 고삐를 바짝 당기던 중 역습 한 방에 당했다. 후반 38분, 이강민이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자 전북 수비진은 넋을 놓고 지켜보기만 했다. 강하게 뻗어 나간 공이 전북의 골대 구석에 꽃히자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 전북의 벤치까지 긴장했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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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