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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부자가 밝힌 '우리 아이 태극전사 만들기 10계명'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7-17 18:05


◇박지성(왼쪽)과 그의 아버지 박성종씨가 17일 경희대 국제캠퍼스 예술디자인대학 대공연장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강연에서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매년 수 만명의 꿈나무가 태극전사를 목표로 축구를 시작한다. 0.1%의 바늘구멍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꿈,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간절하기만 하다. 한국축구의 아이콘인 박지성과 그를 길러낸 아버지 박성종씨는 17일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강연에서 태극전사가 되기 위한 10계명을 공개했다.

우리 아이, 냉정하게 판단하라

모두가 박지성이 될 수는 없다. 재능과 노력 모두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박 씨는 "12세까지 자녀에게 축구를 시킨 뒤 부모와 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고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이는 특별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냉정하게 바라보고 평가 받아야 한다"며 "축구 선수가 아니더라도 관련 직업을 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선생님, 선택한 뒤엔 믿어라

박 씨는 한 가지 일화를 털어놓았다. "(박)지성이가 수원공고 2학년 때 춘계대회 8강전에서 수비수 4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다. 당연히 4강에 나설 줄 알았는데 빠졌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나중에 감독이 '지성이 체력은 거기까지가 한계였다'고 하더라." 박 씨는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게 우선이다. 아이를 맡긴 뒤엔 믿어야 한다. 선수 기용이나 훈련 모두 이유가 있다. 부모가 이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만 바라보라

박지성은 오로지 축구만 보고 달렸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처음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반대했다. 때문에 더 노력했다.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축구였다. 지도자, 형들에게 맞을 때도 관두고 싶다는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정신력이라는 것은 결국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기본기에 올인하라


기본기가 없다면 응용도 없다. 공부와 축구 모두 마찬가지다. 박지성은 "기본기가 없으면 패스도 안된다. 기본기만 되도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체격이나 킥력은 성장하면서 점차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또 "작은 선수라고 해도 순발력, 움직임 등 스스로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다. 신체의 차이보다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유학은 정답이 아니다

유럽-남미 축구유학은 양날의 검이다. 박 씨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현지에서 직접 뒷바라지를 할 생각이라면 유학도 좋은 방법"이라면서도 "유럽 무대는 냉정하다. 한국 선수는 가장 밑바닥 취급을 받는다. 어린 선수들이 홀로 유럽에 와서 실패하는 게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지성과 이영표도 한국에서 큰 선수들이다. 한국 축구 저변은 떨어지지만, 노력하면 누구든 좋은 선수가 될 환경이 된다"고 했다.

잔소리가 보약이다.

소통과 잔소리의 경계는 애매하다. 박지성 부자는 잔소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씨는 "부모 자식의 소통은 당연한 것"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은 지도자에게 맡겨도 사생활 등 외적인 부분은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아버지는 잔소리 보다 명령에 가까웠다"고 웃으면서도 "어린 시절엔 사생활을 절제할 능력이 없다보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른다. 때문에 아버지 말씀을 듣고 축구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놀땐 놀아라

잘 노는 것도 축구 잘하는 비법이다. 박지성은 "어릴 때 합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만화책만 보고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축구를 잊어야 새로운 한 주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주일 동안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문제다. 만약 학교에서 훈련이 부족했다면 집에선 놀면 안된다"고 웃었다. 박 씨도 "나도 집에서 축구하라는 이야기는 잘 안했다"고 회상했다.

'산소탱크' 비결, 보양식 아닌 노력

박 씨가 왜소한 박지성의 체력을 키우기 위해 개구리즙을 먹인 사실은 해외에도 알려질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박 씨가 밝힌 산소탱크의 비결은 노력이었다. 그는 "개구리즙이 체력에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비율은 10%도 안된다. 스스로 노력해야 체력도 만들어진다. 선수들의 체력을 보고 키울 줄 아는 지도자의 안목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힘들 때는 꿈을 생각하라

박지성은 수원공고 졸업 뒤 프로 지명에 실패해 명지대에 간신히 진학했다. 맨유 시절이던 2007년엔 무릎수술로 선수생명의 기로에 섰다. 꿈이 박지성을 일으켰다. 박지성은 "내가 축구를 좋아했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씨는 "부상 재활 뒤 맨유 의무진이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지만, 노력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성과"라고 강조했다.

영어, 선택이 아닌 필수

해외 진출 시 선수들이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은 언어다. 박지성은 "다시 유소년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해서든 영어를 배워놓을 것"이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그는 "해외진출 꿈이 있다면 영어는 당연히 필요하다"며 "어릴 땐 모를 수도 있다. 나도 왜 필요한지 몰랐다. 유럽에 나가보니 축구에 집중하려면 생활이 편해야 한다. 언어를 못하면 적응이 안되고 한눈을 팔 수밖에 없다. 외국어를 배워두면 은퇴 뒤에도 더 많은 길을 갈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넓어진다"고 강조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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