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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9'의 시대는 끝난 것일까.
이같은 넘버9의 종말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투톱에서 원톱으로 변화하던 흐름은 '제로톱'으로 이어졌다. 페널티박스 안에 머물던 타깃형 스트라이커 대신 '네오 포워드'로 불리는 만능형 공격수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사실상 미드필더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치는 메시나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골을 만들어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네오 포워드'의 선두주자다. 이들은 한시즌에 60골 이상을 넣으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정복한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역시 전통적인 '넘버9' 유형은 아니다. 독일의 유일한 정통 스트라이커인 미로슬라프 클로제 역시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위력적인 모습보다는 미드필더와의 연계플레이에서 더 많은 골을 얻었다.
넘버9의 퇴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공격형태의 변화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공격전술은 단연 역습이다. 앞선에서 강한 압박으로 볼을 뺏어낸 뒤 수비 뒷공간으로 빠르게 침투해 골을 만들어내고 있다. 스트라이커가 만든 공간을 활용해 뒤로 돌아들어가는 2선 공격수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부분 전술에서도 변화가 있다. 측면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과거 윙어는 돌파 후 크로스를 주임무로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측면에서 풀백과 센터백 사이를 파고드는 '커트인'과 골라인을 타고 들어가 짧게 내주는 '커트백' 형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플레이에 능한 선수들이 설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다. 브라질의 골칫거리인 '원톱' 프레드의 부진은 개인의 컨디션 보다는 전술적 영향 탓이 크다.
이같은 흐름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 일단 현대축구가 요구하는 연계력, 결정력, 전술소화력 등을 모두 갖춘 공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 정도가 유일해 보인다. 전술 역시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흐름을 그대로 유지,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스트라이커의 '9번' 대신 호날두로 대변되는 '7번(측면 공격수)'과 메시로 대표되는 '10번(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의 시대가 심화된 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