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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원스피릿-원골, 태극전사 자존심 걸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6-26 06:28



사면초가다.

1무1패 승점 1, H조 최하위.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신화 창조를 노래했던 홍명보호의 현주소다. 반전의 확률은 극히 낮다. 마지막 상대는 '원조 붉은악마' 벨기에다. 유럽예선 조 1위로 본선에 직행, 조별리그 2경기 만에 16강행을 확정한 강팀이다. 27일 오전 5시(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치안스에서 벨기에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이 펼쳐진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아시아 최다 본선 진출(9회), 최고 성적(4강)의 역사를 써온 태극전사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한국 축구의 미래이자 아시아의 희망이다. 홍명보호의 정신을 상징하는 '원팀(One Team)-원스피릿(One Spirit)-원골(One Goal)'은 벨기에전 필승조건이다.

원팀

'원팀'은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의 대표 브랜드이자 최대 강점이었다. 2009년 이집트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을 시작으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을 거치면서 다듬어온 팀이다. 서로의 눈빛만 봐도 알 정도다.

가나전 패배 1주일 만에 가진 러시아전은 반전드라마였다. 조직적인 수비와 안정적인 빌드업 공격으로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러시아를 애먹였다. 결과는 1대1 무승부였지만, 사실상 홍명보호의 승리였다. 그러나 알제리전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전반전에만 3실점을 하면서 무너졌다. 커버플레이, 빌드업 등 모든 게 부실했다. 선제골 충격을 이겨내지 못했다.

알제리전에서 잃은 원팀의 힘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 러시아전과 같은 협력플레이, 알제리전 후반전 빛난 공격 집중력으로 활로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뛰어난 개인기로 무장한 벨기에는 조직적인 면에선 허점이 분명하다. 분위기도 엉성하다. 경고 관리를 이유로 주전급 선수들을 빼고 골프를 즐기며 한국전 승리를 호언장담 하고 있다. 승리를 갈망하는 원팀이라면 16강행에 도취된 벨기에를 충분히 깰 수 있다.

원스피릿


러시아전의 성공과 알제리전의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동기부여'다. 러시아전은 조별리그 첫 경기 중요성을 인지하고 똘똘 뭉쳤다. 하지만 알제리전은 느슨했다. 상대가 충분히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안이하게 대처했다. 홍 감독은 "내 미스"라며 전술적 실패를 인정했지만, 경기는 그라운드의 선수들이 치르는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알제리전 뒤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숙소에선 누구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단다. 충격적인 패배였으니 그럴 만하다. 홍 감독이 스스로를 내려놓고 선수들 틈에 뛰어 들어 애를 쓰고 있지만, 변화의 바람은 미미하다. 알제리전 뒤 맏형 곽태휘(33·알힐랄)가 선수들을 불러모아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선배가 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은 변화를 위한 채찍질이었다.

홍명보호는 평균연령 25.9세의 역대 최연소 월드컵대표팀이다. 앞으로 10년 간 태극마크를 짊어져야 하는 세대다. 세계무대 첫 경험은 아픔이 아닌 희망이 되어야 한다. 벨기에전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영(24·가시와)은 "어떤 부상을 해도 상관없다. 경기장에서 기어나온다는 각오로 뛰겠다"며 울먹였다.

감독-선수가 대립하는 난장판이라던 알제리는 한국전 킥오프 직전 23명 모두가 모여 필승을 다짐하고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홍명보호도 그들처럼 23명의 선수 전원이 벨기에전 승리에 올인해야 한다.

원골

골갈증은 풀었다. 홍명보호의 공격은 점점 상승세다.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에서 점점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러시아전은 동점골 실점, 알제리전은 초반에 꺾인 분위기 탓에 빛을 보지 못했다.

벨기에전에서는 느슨한 분위기와 변화가 공략 포인트다.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1골-1도움)를 기록 중인 이근호(29·상주)를 비롯해 알제리전에서 생애 첫 월드컵 득점포를 쏘아 올린 손흥민(22·레버쿠젠)과 구자철(25·마인츠), 제공권을 장악했던 김신욱(26·울산) 모두 벨기에 수비라인을 공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결국은 분위기 싸움이다. 선제골이 일찌감치 터진다면 흐름은 홍명보호의 편이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 벨기에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홍 감독은 러시아전과 알제리전 모두 박주영(29·아스널)을 필두로 이청용(26·볼턴) 구자철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공격 라인을 구성했다. 하지만 이번 벨기에전에선 변화를 고민 중이다.

1년 동안 쉼없이 달렸다. 태극마크의 무게에 걸맞는 투혼이 절실하다. 상파울루(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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