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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축구와 동떨어진 이란 수비축구, 야유로 시작해 야유로 끝났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6-26 03:12


ⓒAFPBBNews = News1

이란은 급했다. 승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똑같은 전략을 고수했다. '선수비 후역습'이었다.

이란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사우바도르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펼쳐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F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대3으로 패했다.

16강 반전은 없었다. 무변화는 자멸의 길이었다. 이란은 이번 대회 스스로 약체임을 인정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극단적인 수비축구였다. 17일 나이지리아와의 1차전에선 관중들의 야유까지 받았다. 공격축구가 대세인 현대축구에서 9~10명의 선수들로 수비에 치중한 축구는 비난을 받기에 마땅했다.

이란이 부족했던 것은 빠른 템포 전환이었다.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역습이 빠르게 전개되지 않은 점이 승리가 아닌 무승부만 노린 축구로 전락해버렸다.

하지만 이란의 전략은 어느 팀을 만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었다. 막강 화력을 갖춘 아르헨티나에 90분 동안 무실점으로 버틴 것은 이란 전략의 힘이었다. 리오넬 메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얻어맞지 않았더라면 승점 1점은 값진 결과였다. 2차전은 1차전과 달랐다. 여전히 극단적인 수비축구였지만, 역습의 속도가 빨랐다. 날카로운 역습에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이 힘들어하는 장면을 보는 것은 팬들이 누릴 권리였다.

하지만 이란은 또 다시 야유를 받아야 했다. 수비축구가 계속됐다. 보스니아를 반드시 꺾어야만 16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수비가 먼저였다. 역발상 전략으로도 보여질 수 있었다. 보스니아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다. 이미 2패로 16강행이 좌절된 상황에서 사상 첫 월드컵 마수걸이 승리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 예상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되받아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저 그런 수비축구에 불과했다. 2차전까지 같은 선수들이 출전하다보니 체력 저하는 눈에 띄였다. 이렇다보니 전방 압박이 부족했다. 간헐적인 역습의 질도 떨어졌다. 측면을 뚫어 올린 크로스는 번번이 보스니아 장신 수비수에게 차단당했다. 문전 제공권 싸움에서도 밀렸다. 그나마 후반 37분 터진 대회 첫 골이 위안거리였다. 오프사이드를 교묘하게 뚫은 뒤 네쿠남의 크로스를 구차네자드가 달려들며 가볍게 밀어넣었다.

이란은 야유로 시작해 야유로 브라질월드컵을 마무리했다. 세계축구의 흐름과 동떨어진 이란축구의 현주소는 씁쓸함만 남겼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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