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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다이어리]알제리전 그후, 이구아수의 태극물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6-24 15:56


◇브라질 보사노바 밴드가 24일(한국시각) 대형 태극기가 내걸린 이구아수의 한 음식점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이구아수(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이구아수로 돌아가는 발길은 천근만근이었다.

포르투알레그레 참사의 충격은 홍명보호 만의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전에서 일군 '1주일의 반전'에 16강행을 기대했던 취재진도 맥이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각각 패배의 원인을 분석했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패배였다. 포르투알레그레의 새벽을 적신 겨울비가 더욱 처량하게 느껴졌다. 밤잠을 설치면서 이구아수로 돌아가는 길이 수천㎞를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돌고 돌아 반나절 만에 도착한 이구아수에서 포르투알레그레의 상처가 치유됐다. 출구에 들어서자 마자 붙은 태극기와 환영문구는 고개를 떨군 태극전사들을 위로했다. 이구아수 주민들도 '꼬레이아두술(Coreia Do Sul·한국의 포르투갈식 이름)'을 잊지 않았다. 거리엔 여전히 태극기가 내걸렸다. 알제리전을 TV로 지켜봤던 현지인들은 돌아온 한국의 친구들을 두팔벌려 환영했다. 예상치 못한 패배에 눈물을 흘렸던 태극전사들을 위로하고 16강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 주고자 미소를 아끼지 않았다. 월드컵대표팀이 훈련한 플라멩구 스타디움에도 현지 취재진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1무1패로 16강행이 난망한 만큼,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릴 만했다. 하지만 브라질 최대 스포츠채널인 반지(Band)스포츠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여전히 홍명보호의 반전을 노래했다. 반정부시위와 치안불안에 대한 우려는 브라질의 일부일 뿐이었다. 베이스캠프 이구아수는 홍명보호의 힐링캠프였다.

이날 저녁 허정무 월드컵대표팀 단장과 취재진이 태극기와 브라질 국기가 나란히 걸린 테이블에서 알제리전 패배의 아픔 대신 벨기에전에서의 반전을 이야기했다. 식당 주인은 대형 태극기를 걸고 보사노바(브라질에서 탄생한 삼바와 모던 재즈가 결합해서 발달한 새로운 포퓰러 음악 장르)를 연주하며 흥을 돋우었다. 현지 어린이들은 허 단장 앞으로 달려가 사인을 요청하면서 환한 웃음을 지었다. 월드컵대표팀 관계자는 "만약 이구아수에서 본선 경기가 열렸다면, 서울에서 경기를 치르는 분위기가 났을 지도 모르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직 한 번의 승부가 남아 있다. 이구아수에서 치유한 알제리전의 상처가 벨기에서 투혼으로 발휘되길 염원해본다.


이구아수(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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