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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악몽의 밤이 지나갔다. 24일(한국시각)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의 플라멩구 스타디움에서 만난 월드컵대표팀은 침묵했다. 승부처에서 당한 어이없는 패배가 남긴 상처는 컸다. 하루 만에 다시 만난 홍 감독도 수척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밤잠을 설친 듯 했다. 회복조에 포함된 알제리전 선발 11명은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겉돌았다.
알제리전 뒤 "팬들에 민망하다"고 울먹였던 막내 손흥민이 총대를 맸다. "이제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선수들이 어떤 각오로 경기에 임해야 할 지 잘 알고 있다. 벨기에전은 이기는 게 목표다. 조금이나마 남은 16강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구자철도 눈물을 씻었다. "아직 (본선)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희망이 없다면 동기부여가 떨어지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알제리전 후반전 같이 벨기에전을 치른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알제리 공격에 잇달아 실책을 범한 뒤 고개를 들지 못했던 '신형 진공청소기' 한국영(24·가시와)의 자책은 이튿날까지 이어졌다. 한국영은 "(알제리전은) 바보같은 경기였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축구를 하면서 어제와 같은 경기가 있나 싶었다. 당황스러웠다. 경기 뒤 잠도 한숨 못잤다"고 마음고생을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그러더니 "이대로 (한국에) 가면..."이라고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너무 후회스러울 것 같다"고 울먹였다. 회한의 눈물을 필승의 다짐으로 바꾸기 위해 애썼다. "어떤 부상을 해도 괜찮다. 그라운드에서 기어나온다는 각오로 뛰겠다."
분패의 눈물은 필승의 각오로 바뀌었다. 홍명보호를 감쌌던 무거운 공기도 서서히 옅어졌다. 웃음꽃이 다시 피었다. "알제리전 패배는 내 미스"라고 고백했던 홍 감독은 스스로를 내려놓았다.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 이후 한동안 거리를 뒀던 선수들 속에 들어갔다. 볼뺏기와 미니게임으로 '분위기메이커'를 자청했다.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했던 맏형 곽태휘(33·알힐랄)는 군기반장으로 변신했다. "결과로 보여주자고 했다. 선배의 말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정신을 바꿔야 한다." 홍명보호는 그렇게 눈물을 삼키고 희망을 노래했다.
아시아의 자존심을 걸고 나선 월드컵, 한국 축구의 미래가 걸린 무대다. 알제리전의 눈물은 투혼의 서막이다.
이구아수(브라질)=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