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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월드컵 8강권 팀임을 돌아봤을 때, 10일(한국시각) 만난 가나는 최상의 상태가 아니었다. 뛰어난 개인 기량으로 번뜩이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중원에서의 볼 소유에 실수가 있었고 골키퍼를 비롯한 수비 진영에서의 볼처리도 깔끔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홍명보호의 ?수비 문이 활짝 열리고, 4골이 쏟아져 들어왔다. 대회 개막을 사흘 앞두고 치른 최종 평가전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플레이는 냉정히 말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설 레벨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백 패스 하나에 최종 평가전은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이후 김창수가 평상심을 찾을 수 있느냐, 더불어 옆에 배치된 곽태휘가 리딩으로 수비를 정상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A매치를 9개월이나 쉬었고, 올 시즌 소속팀에서 5경기 190여 분을 뛴 게 전부인 김창수의 후유증은 심했다. ?곽태휘와의 수비 분담에서는 동선이 겹쳤고, 이청용과의 측면 연계에서는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몇몇 장면은 단순히 몸 상태만을 탓할 수 없는 부분으로 발을 맞춰보지 않은, 급조된 조합의 느낌이 많이 냈다. 전반 종료 무렵 곽태휘가 넘어지는 장면에서는 기성용과 한국영이 주심을 보는 동안, 기안이 유유히 전진해 추가골까지 뽑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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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 4만을 탓할 수 없는 4실점이었다. 전반전 2실점은 개인의 실수를 꼬집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인 수비 조직은 지난 두 경기에서 모두 엉망이었다. 2009 이집트 U-20 월드컵부터 홍명보 감독과 함께한 모 선수는 "아프리카나 남미 팀은 윗선에서부터 거칠게 다뤄 특유의 리듬감을 살리지 못하도록 지시 받았다"고 말한다. 지난 10월 브라질전에서 중앙선을 갓 넘은 네이마르를 윗선에서부터 강하게 다룬 것도 그런 맥락이었을 터. 이는 최전방-최후방 라인을 30m 이내로 바짝 좁혀 강력한 블록을 형성하고,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며 피치 곳곳을 옥죄지 못하면 절대 불가능하다. 튀니지전, 가나전 모두 그런 모습은 없었다.
상대 공격진이 드나드는 지점은 중앙 수비의 전진만으로 차단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한국영이 볼을 예측하며 커팅하려 해도, 파트너 기성용과의 거리가 멀어지며 주효한 수비를 끌어내기도 어려웠다. 소속팀에서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뛰며 수비 범위와 접근 속도를 의식하는 게 기성용에게도 절실해 보이는 이유다. 볼이 끊기고 시작되는 역습은 1차 저지선이 될 기성용-한국영의 도움 없이는 늘 어려움이 따른다. 더불어 앞선 원톱과 2선 공격진이 전방 압박의 효과를 거의 내지 못하며 수비 과정에 동참하지 못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무리하게 전진해 앞선 4명, 뒷선 6명으로 쪼개지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
활짝 열린 뒷문을 제대로 닫지도 못 하고 브라질로 떠나게 됐다. 먼 미래를 보는 게 아닌, 조별리그 3경기 단기전에서의 성적으로 평가받는 무대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압도할 상대가 없는 상황, 탄탄한 수비력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부디 0-4 참패가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세 번째 실점 뒤 교체 선수가 들어오며 잠깐 나왔던 '각성의 수비력'이 본 무대에서는 90분 내내 펼쳐지길 희망한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