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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최용수 감독 "브라질월드컵 전술 화두 포지션 파괴"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06-10 07:21



4년 만에 다시 찾아 온 월드컵, 축구 감독으로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밤잠을 설쳐야 하는 일상이 행복하다. 갱없는 드라마들이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려진다.

(홍)명보 형이 이끌고 있는 우리 대표팀은 '믿음'이라는 한 단어로 충분하다. 최종엔트리 발표 후의 불거진 논란은 소모적인 논쟁에 불과하다. 젊지만 세계 축구의 벽을 넘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유럽 축구의 풍부한 경험과 잠재력은 역대 최강이다. 마지막까지 믿고 응원하면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은 축구 전술의 시험무대다. 세월에 따라 유행은 변한다. 축구 전술도 월드컵을 통해 여러 옷으로 갈아입었다. 처음으로 주목받은 체계적인 전술은 'W-M'시스템이다. 192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아스널의 체프먼 감독이 고안했다. 'W-M'시스템은 3명의 수비수와 3명의 공격수, 4명의 미드필더(2명 공격형, 2명 수비형)가 포진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를 초창기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들이 적용했다. 4회 대회까지 2차례씩 우승컵을 거머쥔 우루과이와 이탈리아는 'W-M'시스템의 최대 수혜국이었다.

1950년대까지 20여년간 생명을 유지하던 'W-M'시스템은 1958년 스웨덴월드컵을 고비로 쇠퇴기를 맞았다. 이 대회에서 펠레를 앞세운 브라질이 '4-2-4' 전술을 들고 나왔다. 결과는 우승이었다. 첫 시도로 재미를 봤다.

탄력을 받은 브라질은 거칠 것이 없었다. 1962년 칠레월드컵에서는 '4-3-3'을 새롭게 선보였다. 상대팀들은 브라질의 변화무쌍한 전술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브라질은 칠레대회에서도 왕좌에 오르며 세계 최강으로 우뚝섰다. 특히 브라질이 주도한 전술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상처를 받은 국가는 축구종가 잉글랜드였다. '4-3-3'을 변형한 '4-4-2'시스템을 만들어냈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한 것도 '4-4-2'시스템이 모태가 됐다.

이후 각 국은 자신들의 축구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월드컵 우승컵에 도전장을 냈다.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빗장수비), 서독의 리베로, 네덜란드의 토털사커가 대표적인 전술이었다. 카테나치오는 최종수비수를 두는 시스템이고, 리베로는 최종수비수가 공격에도 가담하는 변칙 전술이다. 또 토털사커는 말 그대로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을 하는 압박 전술이었다. 1980년대에는 아르헨티나가 마라도나를 앞세운 3-5-2 전술을 선보여 국제 무대를 발칵 뒤집어 놨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우승한 것도 변화의 선봉에 섰기 때문이다.

2000년 들어 플레이메이커와 윙어를 동시에 활용한 4-2-3-1 포메이션이 대유행을 탔다. 강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압박을 극대화한 약소국들이 작은 반란을 일으킨다. 한국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달성한데 이어 유로2004에서는 그리스가 아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압박축구가 거세지며 이를 탈피하기 위한 탈압박의 시대가 열렸다. 선봉은 스페인이었다. 패싱게임과 전문 공격수를 두지 않는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스페인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정확도 높은 짧은 패스 위주로 적진을 벗겨내는 예술 축구에 지구촌이 매료됐다. 공수간의 간격은 더 조밀해졌다. 콤팩트한 축구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월드컵사(史)에 새로운 기운이 휘감을 것으로 보인다. 포지션 파괴다. 측면과 수비형 미드필더에 열쇠가 있다. 현대 축구는 윙포워드의 스트라이커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두 가지 옵션의 공격이 전개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윙포워드가 중앙으로 이동할 때 윙백들이 전진해 그 공간을 메우게 된다. 반면 투톱의 시대는 희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역습에 대비한 무기다. 중앙 수비의 역할을 하며 수비라인의 균형을 맞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이탈리아 등은 물론 대한민국의 조별리그 상대인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가 이 길을 걷고 있다. 우리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전술 변화를 주도하는 국가가 월드컵 우승컵에 입맞춤할 수 있다. 팬들은 브라질월드컵에서 달라진 세계 축구를 경험할 것이다.
FC서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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