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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더비'의 완성, 서울시 의지에 달렸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5-02 08:19


◇잠실종합운동장. 스포츠조선DB

오랜 기간 빈 큰 행사장이 있다.

세계적인 행사 뒤 가치가 수직상승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주변에 더 넓고 좋은 시설을 갖춘 행사장이 생기자, 애물단지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건물주조차 존치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이 와중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한 기업이 매년 행사장을 활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자체 비즈니스 컨텐츠로 수익까지 내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과연 건물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실종합운동장이 오랜 잠에서 깨어난다. 서울시가 1일 이랜드프로축구단(가칭)과의 연고협약 합의를 발표했다. 지난 3일 이랜드의 서울 연고 구단 창단 의사 발표 및 14일 창단 선언 기자회견이 나온 지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았다. 속전속결이다. 서울시가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인 잠실종합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쓰겠다는 이랜드의 창단은 오히려 반길 일이었다. 서울시는 조만간 이랜드와 경기장 임대 및 활용 협약을 마칠 계획이다.

이랜드는 내년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참가할 계획이다. 핵심은 비즈니스다. 6개 사업영역에서 250여개 브랜드를 보유 중인 이랜드는 잠실종합운동장을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활용해 팬을 끌어 모으고 구단 자생력을 키울 심산이다. 홈구장 활용을 위해선 경기장 관리 주체인 서울시시설관리공단과 상위기관인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공공재 논리'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대다수 지자체가 기업과 경기장 활용 및 임대료 산정을 논하면서 높은 임대료 및 행정적 제약의 배경으로 들고 나온 논리다.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경우 장기적인 수익모델 구축을 노리는 이랜드의 투자의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잠실야구장의 광고권 등 수익사업을 이유로 홈팀 LG, 두산과 장기계약에 미온적인 현실은 우려를 더욱 키울 만하다.

서울과 바로 지척인 인천이 모범사례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실시한 문학구장 민간위탁운영자 공개모집에서 SK를 최종 운영사업자로 선정했다. SK는 최소 5년에서 최대 20년 간 문학경기장 내 야구장 및 주경기장, 보조경기장, 기타 부대시설에 대한 운영 및 관리를 한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인천시와 약정된 비율로 나눈다.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에게도 인천전용구장의 운영을 맡기면서 자생의 길을 터줬다. '스포츠는 문화적 공공재'라는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SK나 인천 모두 궁극적인 목표는 수익이다. 적극적인 놀거리 만들기로 팬을 끌어모으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는 로드맵이 짜여 있다. 지자체와 기업 모두 윈-윈하는 사례다. 서울시가 이랜드의 컨텐츠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잠실운동장 활성화는 이랜드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서울시의 관광 유치 및 수익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퍼주기식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 또 다른 한식구인 FC서울과 서울월드컵경기장과의 경쟁체제도 구축되어야 한다.

이랜드는 창단 공식화 이전부터 서울시와 경기장 활용법을 놓고 수 차례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 사용 계획서도 이미 제출한 상태다. 서울시의 연고협약 체결 발표로 구체적인 밑그림은 그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랜드와의 연고협약을 계기로 FC서울과의 한강더비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진정한 한강더비가 완성되기 위해선 서울시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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