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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역전패, 특히 아쉬웠던 '공격 작업'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4-04-16 09:32



계산이 완전히 꼬였다. 15일 밤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G조 5라운드에서 전북 현대가 요코하마 마리노스에 1-2로 역전패했다. G조는 4개 팀 모두 2승 1무 2패를 이뤄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겨우내 폭풍 영입도 다시 한 번 아시아 정상에 오르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마지막 6차전 맬버른전(22일,홈)을 앞뒤로 둘러싼 전남전(19일,원정)과 경남전(26일,홈). "선수들이 지쳤다."고 되뇌어온 최강희 감독은 '선택과 집중'을 강요받게 됐다.

1차 압박의 위치가 경기의 성격을 결정한다. 전북이 승부를 건 지점은 중앙선 언저리였다. 여기에서부터 블록을 만들어 바리케이드를 쳤다. 자연스레 수비 라인도 본인들의 페널티박스로부터 20m 이상씩 전진했다. 최전방과 최후방을 30m 내외로 좁힌 컴팩트한 전형, 웬만한 자신감으로는 원정 경기에서 쉽게 구사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여기엔 두 팀이 맞붙었던 조별예선 1차전이 제법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미 3-0 스코어로 완승을 거뒀던 전북의 자신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요코하마의 중원을 집어삼켰다. 전북의 기세에 밀려난 상대는 아래 진영에서 볼을 잡는 경우가 허다했다. 앞으로 나가려 해도 이들의 눈앞엔 아군의 파란색 유니폼보다는 적군의 연두색 유니폼이 더 많아 보였을 터다. 측면으로 우회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이재성을 비롯한 공격진들까지 측면으로의 수비 범위를 넓혔다. 수비 체계가 갖춰진 상황에서 위험 진영 밖(측면)으로 몰아낼 경우, 상대가 활용할 수 있는 루트는 기존의 360도에서 180도(한쪽엔 옆줄 존재)로 급감한다. 전북의 통제하에 놓인 요코하마 수비법은 한결 수월했다.

포지션별로 만들어낸 압박의 거미줄은 상대를 모조리 빨아들였다. 요코하마 수비진은 패스를 받는 퍼스트 터치를 수비 쪽 방향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쳐놓기엔 전북 공격진과의 거리가 가까워 도전적인 플레이가 나와야 했기 때문. 자연히 백패스가 많이 나왔다. 상황이 이러하자 나카무라 šœ스케까지 내려와 볼을 받으려 했다. 그럼에도 여의치 않았던 요코하마는 단번에 길게 연결하는 방법을 시도한다. 앞선 공격진이 롱볼을 키핑하는 동안 동료들이 쇄도해 공격 숫자를 늘리는 식이었다. 전북은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볼 소유권을 닥치는 대로 훔쳤다.?

문제는 볼을 빼앗어온 뒤에 있었다. 다음 장면을 연출해가는 과정엔 아쉬움이 그윽했다. 결과론적인 판단이 아니다. 전북이 이 경기를 승리했던 패했던 반드시 짚고 넘어갈 부분이었다. 집요하리만치 측면을 두드렸던 전북은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낸다. 이재성이 끝줄까지 따라가 죽기 살기로 살려낸 볼이 결정적이었다. 적극성과 집중력을 보인 전북은 카이오가 헤딩 경합하며 볼을 떨어뜨렸고, 상대 골키퍼의 실수가 겹친 상황에 한교원이 골망을 흔들었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이후엔 상대 골문까지 도달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옆줄 가까이에 줄곧 한 명 이상을 배치했던 전북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윙어나 측면 수비가 바깥으로 돌아 뛰며 상대 수비를 끌어내고, 측면 크로스로 상대 골문을 겨냥하는 방법. 측면 견제로 인해 헐거워진 중앙으로 카이오나 이승기가 파고들고, 한두 번의 패스를 더 연결해 부분 전술로써 상대를 부수는 방법이었다. 이 두 패턴 중 하나만 확실히 됐어도, 훨씬 더 좋은 경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북은 전체적으로 잘하는 듯 보여도 막상 하이라이트에 담을 만한 장면은 많지 않은 경기를 했다. 냉정히 말해 한교원의 선제골이 빨리 나오지 않았다면, 많이 뛰면서 주도권을 잡아놓고도 소득 없는 경기를 했을지 모른다.

요코하마는 후반 시작부터 올라왔다. 뒷공간을 내줄 각오를 하면서까지 측면 수비를 올렸고, 라인 간격이 다소 벌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전북은 적극적인 양상을 보인 상대 뒷공간을 활용해 속도 경합을 시도했다. 이 시기를 전후해 상대의 기를 확실히 꺾어놓아야 했다. 하지만 후반 19분 사이토 마나부는 동점골을 터뜨렸고, 1분 뒤엔 수비 실수를 활용해 역전골까지 성공한다.? 공격 자원을 연달아 투입한 최강희 감독의 수는 뒤틀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60분대로 접어들며 전북은 너무나도 지쳤고(압박만으로 90분을 버티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상대는 지키기에 들어갔다. 연이은 패스미스에 별다른 공격 시도를 해보지 못했다.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전북은 한 달이 넘도록 주중 경기를 쉬지 못했다. 요코하마 히구치 야스히로 감독마저 "오늘 경기를 봤는데 J리그보다 K리그가 더 힘든 일정이 아닌가 느꼈다. 체력이 떨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을 정도. 더욱이 호주, 중국, 일본을 오가는 일정에 전술적인 노력은커녕 회복 훈련을 하기에도 빠듯했을 것이다. 월드컵 휴식기가 절실하거늘 당장 다음 주 ACL 조별예선 최종전을 치러야 한다. 멜버른전에서는 게임을 잘 풀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 골키퍼를 더 괴롭힐 수 있느냐에 16강행이 달렸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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