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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로 흥한 팀, 수비로 쓰러졌다. 10일 새벽(한국시각) 독일 뮌헨 알리안츠아레나에서 열린 2013-14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에 3-1로 패했다. 자국 리그에서 7위에 그친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기적을 노래했지만, 이변은 없었다.
측면 수비의 오버래핑을 줄인 만큼 측면 공략법은 단순해졌다. 중앙에 밀집한 맨유는 측면에 대한 수비를 그리 높이지도 않았다. 어쩌면 '리베리vs필존스'의 대결 구도에 그만큼 자신이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리베리는 1차전에서 간간이 나온 순간 가속도를 거의 내지 못했다. 로벤은 많은 슈팅을 시도했으나, 맨유 수비진은 이 선수의 왼발 슈팅 각도를 죽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패턴이 읽혔던 뮌헨은 크로스를 시도했는데, 위치 자체가 페널티 박스 꼭짓점 주위로 치명타를 입히기엔 한계가 있었다. 원톱 만주키치, 중원의 괴체-뮐러가 볼을 잡지 못하고 헤맸다. 전반전 슈팅 숫자는 13대 1로 압도적이었으나, 그리 와 닿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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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선제골을 성공한 것도, 곧장 동점골을 내준 것도 1차전과 똑같았다. 그토록 바라던 원정 득점을 작렬한 순간, 너무 일찌감치 기적을 꿈꿨던 건 아닐까. 어떻게든 상대의 흐름을 끊고, 숨을 한 번 골라야 했던 작업이 부재했다. 곧장 에브라 앞에서 바로 만주키치의 헤딩골이 터졌고, 리베리의 크로스가 살아 들어오기 시작했다. 데 헤아가 볼을 잡은 뒤 한 템포 쉬어갔으나, 이미 뮌헨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로벤의 크로스가 뮐러의 추가골로 연결된 데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비디치가 밟는 스텝으로 봤을 때 수비적인 준비가 된 듯 보였으나, 수비 타이밍과 범위는 뮐러를 방해하지 못했다.
맨유의 4강행을 조금이라도 밝힌 건 '수비'였다. 자존심은 상했을지라도, 뮌헨의 맞설 현실적인 방법은 아래로 내려가 골문 주위를 둘러싸는 것이었다. 하지만 믿었던 수비 진영에 결함이 발생했을 때, 경기는 완전히 무너졌다. 치차리토를 넣어가며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공간을 내주고 하는 게임이 맨유에 유리할 리 없었다. 맨유 수비가 일대일로 맞붙어 뮌헨 공격진을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 로벤의 쐐기골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실적으로 EPL 4위권에 드는 건 어려워 보인다. 맨유와 챔피언스리그, 이들의 재회는 언제쯤 가능할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