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이번 주말, EPL과 FA컵이 7분 늦게 열리는 이유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4-10 07:28


사진캡처=BBC 홈페이지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는 코리안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기다리는 국내팬들은 알람 시간을 7분 뒤로 맞출 필요가 있다.

축구 경기는 대개 정시에 킥오프가 된다. 중계 방송에 따라서 00분, 30분, 45분에 경기가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주말 잉글랜드 축구는 정각이 아닌 7분에 경기가 열린다. 위건과 아스널의 2013~2014시즌 FA컵 4강전은 13일 오전 1시7분(이하 한국시각) 펼쳐진다. 또 다른 4강전인 헐시티와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경기도 14일 오전 0시7분 벌어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 역시 마찬가지다. 34라운드 경기가 원래 예정된 시간보다 7분 늦게 시작된다. 기성용이 소속된 선덜랜드는 12일 오후 11시7분 에버턴을 상대하고, 이청용이 뛰는 볼턴도 12일 오후 11시7분 반슬리와 경기를 펼친다.

이유가 있다. 올해가 바로 1989년 4월 15일에 일어났던 '힐스보로 참사'의 25주기이기 때문이다. 힐스보로 참사는 축구계 최고의 비극 중 하나다. 당시 힐스보로 경기장에는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FA컵 준결승이 열렸다. FA컵은 지금보다 더 권위가 컸다.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제대로 된 통제 없이 팬들이 입장했다. 결국 경기장 일부가 붕괴됐고, 무려 96명의 리버풀 팬들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는 잉글랜드와 세계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잉글랜드는 이 사고 이후 모든 경기장에 입석 제도를 폐지했다. 오랜 세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던 힐스보로 참사는 최근에서야 진실이 밝혀졌다. 리버풀 팬들의 무질서를 원인이라 했던 잉글랜드 경찰은 결국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다. 당시 축구팬들에게 책임을 몰아갔던 보수당 정부를 대표해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총리가 직접 유족들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힐스보로 참사 25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이번 주말에 열릴 모든 경기에서 6분까지 선수들이 입장하고, 1분간 묵념한 뒤 7분에 경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6분으로 시간을 정한 것은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전이 전반 6분까지만 진행된 뒤 사고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리버풀은 힐스보로 참사 25주년 기념 패치를 유니폼에 달고 경기를 할 예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