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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5무, 클래식 6라운드의 무승부 속출, 이유는?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4-08 07:31



개막 후 한 달간의 일정을 마친 K-리그 클래식에 '무승부' 열풍이 불었다.

5~6일 이틀간 열린 클래식 6라운드 6경기 중 무려 5경기에서 무승부가 나왔다. 10팀이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6라운드에서 유일하게 승부가 난 경기는 제주-상주전 뿐이었다. 제주가 상주를 상대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앞선 1~5라운드와 6라운드를 비교해도 무승부에 유독 시선이 끌린다. 1라운드와 3, 4라운드에서는 각각 1경기씩 무승부가 나왔다. 2라운드와 5라운드에서는 2경기에서 승부가 나지 않았다. 개막 후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연이어 나온 무승부 행진, 분명 이유가 있어 보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참가 중인 4룡(龍),포항 울산 전북 서울이 누적된 피로에 발목을 잡혔다. 살인 일정에 경기력이 저하됐다. 네 팀은 ACL 조별리그 4경기를 치르는 동안 2번 원정길에 올랐고, 클래식 일정까지 1주일에 2경기씩 치르는 강행군을 한달간 소화했다. 시즌 초반에는 비축한 체력으로 버텼지만 한 달간 이어진 살인 스케줄에 주전급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났다. 6라운드에서 ACL에 출전 중인 네 팀이 동시에 무승부를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6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로 꼽혔던 서울-전북전이 1대1 무승부로 끝난 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양 팀 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힘들다보니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의견도 같았다. "체력이 떨어지니 경기 운영이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지금 같은 타이트한 일정에서 선수 구성을 하기도 힘들다."

기업구단들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12개팀의 전력이 하향 평준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축구계 관계자들의 입에서 "경기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 팀간 전력차가 크지 않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올시즌 6번의 승부에서 4차례 무승부를 기록한 상주의 박항서 감독은 "전반적으로 투자가 줄어들다보니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작년보다 떨어져 보인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비중이 줄어드니, 무게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 리버풀, 맨시티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유럽 빅리그 강팀들이 매시즌 강력한 전력으로 우승다툼을 벌이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지난해 포항이 정상에 등극하면서 흐름이 끊겼으나 2009년 전북, 2010년 서울, 2011년 전북, 2012년 서울, 우승컵을 양분했다. 반면 올시즌 판도는 안갯속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강등권을 헤매던 전남이 3위에 포진해 있다. 지난해 ACL 준우승팀인 서울은 9위에 처져 있다. 개막 전 '절대 1강'으로 뽑혔던 전북의 최 감독은 서울전을 앞두고 "12중이 맞는 것 같다"며 중간 판도를 분석했다.

문제는 투자 위축이 가져올 후유증이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향후 몇년간 리그 수준의 하향 평준화 및 스타 플레이어들의 유출은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 최강희 감독은 "팀간 격차가 날수록 팬들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즐길 수 있다. 갈수록 0대0, 1대0 승부가 많아지는게 염려스럽다. K-리그가 위축되고 경기 질은 계속 떨어진다. 이제 정신력으로 K-리그가 (ACL에서) 이기는 건 더 힘들어진다. 투자하는 리그와 3~4년 내 격차가 더 벌어지면 팬들은 등을 돌린다"며 우려를 표했다.

올시즌 열린 클래식 경기에서 0대0 무승부는 5번, 1대0 승부는 12번 나왔다. 한 경기에 1골 이하로 득점포가 터진 경기가 올시즌 치른 36경기 중 절반에 이른다. 6라운드를 휘감은 무승부 기류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무승부 경기가 충분히 재미를 동반할 수 있지만 많은 골이 터져야 팬들의 발걸음을 경기장으로 돌릴 수 있다. 관중 유치에 사활을 건 K-리그 팀들이 곱씹어볼 대목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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