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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후 한 달간의 일정을 마친 K-리그 클래식에 '무승부' 열풍이 불었다.
기업구단들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12개팀의 전력이 하향 평준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축구계 관계자들의 입에서 "경기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 팀간 전력차가 크지 않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올시즌 6번의 승부에서 4차례 무승부를 기록한 상주의 박항서 감독은 "전반적으로 투자가 줄어들다보니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작년보다 떨어져 보인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비중이 줄어드니, 무게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첼시, 리버풀, 맨시티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유럽 빅리그 강팀들이 매시즌 강력한 전력으로 우승다툼을 벌이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지난해 포항이 정상에 등극하면서 흐름이 끊겼으나 2009년 전북, 2010년 서울, 2011년 전북, 2012년 서울, 우승컵을 양분했다. 반면 올시즌 판도는 안갯속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강등권을 헤매던 전남이 3위에 포진해 있다. 지난해 ACL 준우승팀인 서울은 9위에 처져 있다. 개막 전 '절대 1강'으로 뽑혔던 전북의 최 감독은 서울전을 앞두고 "12중이 맞는 것 같다"며 중간 판도를 분석했다.
문제는 투자 위축이 가져올 후유증이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향후 몇년간 리그 수준의 하향 평준화 및 스타 플레이어들의 유출은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 최강희 감독은 "팀간 격차가 날수록 팬들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즐길 수 있다. 갈수록 0대0, 1대0 승부가 많아지는게 염려스럽다. K-리그가 위축되고 경기 질은 계속 떨어진다. 이제 정신력으로 K-리그가 (ACL에서) 이기는 건 더 힘들어진다. 투자하는 리그와 3~4년 내 격차가 더 벌어지면 팬들은 등을 돌린다"며 우려를 표했다.
올시즌 열린 클래식 경기에서 0대0 무승부는 5번, 1대0 승부는 12번 나왔다. 한 경기에 1골 이하로 득점포가 터진 경기가 올시즌 치른 36경기 중 절반에 이른다. 6라운드를 휘감은 무승부 기류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무승부 경기가 충분히 재미를 동반할 수 있지만 많은 골이 터져야 팬들의 발걸음을 경기장으로 돌릴 수 있다. 관중 유치에 사활을 건 K-리그 팀들이 곱씹어볼 대목이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