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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유머 달인'윤성효 부산감독의 '효멘'어록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4-01 07:29


수원 삼성과 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 클래식 2014 5라운드 경기가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부산 윤성효 감독이 경기 전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3.30/

지난 시즌말 'K-리그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윤성효 부산 감독은 올시즌에도 여전히 그라운드의 '핫아이콘'이다.

부산 서포터스석 정중앙엔 초대형 '성효부적'이 떡 버티고 서있다. 골키퍼 이범영은 서울전에서 페널티킥 2골을 연거푸 막아낸 후 "'성효부적'을 보면 든든하다"는 한마디를 남겼다. 수원시절 '세제믿윤(세상에서 제일 믿음직한 윤성효)'은 부산에서 더 믿음직해졌다. 윤 감독을 향한 부산 선수, 팬, 프런트의 신임은 "효멘~(윤성효+아멘)"이라는 기도문처럼 절대적이다.

30일 수원 '원정' 라커룸에서 만난 윤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수원 '홈 라커룸' 시절엔 '말없는 감독'인 줄 오해했다. 성적을 내야 사는 수원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부산에서 윤 감독은 달라졌다. 믿고 기다려주는 팀에서 특유의 여유를 되찾았다. 팀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1년을 함께하다보니 내용면에서 성장했다. 나도 선수들을 알고 선수들도 내 스타일을 알고 해서 서로 마음 편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은 3월, 첫 5경기에서 2승1무2패를 기록했다. 수원과 나란히 공동 5위다. '리그 설계자'로 불리는 윤 감독의 현장어록에선 올시즌 부산의 유쾌한 변화가 감지된다. 느릿느릿 정곡을 찌르는 '부산사나이' 특유의 '촌철살인' 유머화법은 인터뷰룸을 뒤집어놓는다.

"(황)선홍이가 과메기 보내준다고 해놓고 안 보내주데예. 우리 선수들이 그것 때문에 화가 많이 난 듯합니더."(2라운드 포항전 승리 후)

개막전에서 전북에게 0대3으로 패한 후 '디펜딩챔피언' 포항을 이겼다. 지난해 말 울산과 포항의 첨예한 우승경쟁속에서 부산은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 부산을 잡고 우승을 조기확정하려던 울산을 잡았다. 울산의 독주속 자칫 김빠질 수 있는 리그를 막판 반전으로 몰고갔다. 결국 포항이 우승했다. 새시즌 포항을 이긴 직후 윤 감독의 '뒤끝 과메기' 농담은 센스만점이었다.

"닐손 주니어는 '복덩이'지예."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닐손 주니어에 대한 평가)

사간도스 출신 부산 미드필더 닐손 주니어를 '복덩이'라고 칭했다. 이적료 없이 연봉 12만달러에 부산 유니폼을 입었다. 광저우부리로 이적한 박종우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있다. "에이전트가 찾아왔길래 한번 볼 수 있냐고 했다. 테스트해보니 좋더라. 3일 보고 뽑았다"고 했다. "수비력도 좋고, 패스도 좋고, 성실하고 '복덩이'지예"라며 극찬했다. 닐손 주니어는 개막 후 5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했다.

"'부적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더." (3라운드 서울 원정, 12년만의 승리 후)


골키퍼 이범영이 오스마르, 김진규의 페널티킥골을 잇달아 선방하며 서울에 1대0으로 승리한 직후, 윤 감독은 이례적으로 '부적'을 언급했다. 12년만의 서울 원정 승리를 '운' '부적효과'로 돌렸다.

"퇴장 먹고 나니 그제서야 경기 하는 것 같데예. 10명으로 비겼으니, 그거 하나는 칭찬할 만합니더." (4라운드 상주전 극적인 무승부 후)

4라운드 상주상무와의 홈경기 0-1로 89분간 끌려다니던 부산은 후반 44분 양동현의 동점골이 터지며 극적으로 비겼다. 포항 서울 등 강팀들을 상대로 투혼을 불살랐던 부산 특유의 경기력이 실종됐다. 파크너의 퇴장후 오히려 경기력이 살아났다며 선수들에게 뼈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파그너가 '최선'을 다해서, 너~무~ '최선'을 다해서…." (4라운드 상주전, 파그너의 퇴장에 대해)

상주전에서 선제골을 허용한 후 하프타임 윤 감독은 선수들을 독려했다. 경기는 뜨거웠다. 동점골을 노리던 후반 20분 파그너가 퇴장당했다. 양준아의 홀딩반칙에 격분해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했다는 이유다. 파그너의 퇴장에 대해 윤 감독은 "최선을 다하라고 했는데, 파그너가 '최선'을 다해서 '너무 최선'을 다해서…"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동현이예? 뭐 하는 것 있습니꺼. 골 넣는 것밖에"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양동현에 대해)

포항-서울-상주전에서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원톱' 양동현에 대해 '골 넣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선수'라는 반어법으로 답했다. 골잡이에게는 최고의 찬사다. 득점왕 가능성에 대한 답변 역시 "충분하지예" 한마디였다. 수원전 직전 김신욱의 멀티골을 언급하자 "끝나보면 알 거 아입니까?"라고 했다. "모든 면에서 잘해주고 있다"며 흐뭇함을 표했다.

"이럴 때 한번 써보는 거지예."(5라운드 수원전, 신연수 깜짝투입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윤 감독은 수원 원정에 수원 유스 출신 미드필더 신연수를 깜짝 투입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조차 예상치못한 카드였다. "어린선수를 키우는 게 우리팀이 할 일인데, 이럴 때 한번 써보는 거지예"라며 웃었다. "수원에선 모르지만 우리팀에서는 좋은 선수"라며 사기를 북돋웠다. 수원 유스 출신의 절실함을 수원전에 이용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감독이라면 그런 심리도 이용을 잘해야겠죠"라고 했다.

"쪼만할 때는 다 대통령 된다 안합니꺼. 꿈은 크게 가져야지예." (5라운드 수원전, 부산의 아시안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슬쩍 언급하며)

"신연수같은 선수를 잘 키우면… 이건 정말 만약입니데이, 'ACL에 갈 경우' 스쿼드를 두텁게 하는 효과도 있고…"라는 윤 감독의 한마디를 취재진이 놓치지 않았다. "벌써 ACL를 염두에 두고 계신 거냐"는 질문에 "조금이라도 희망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꺼. 쪼만할 때는 다 대통령 된다지 않습니꺼, 꿈은 크게 가져야지예"라며 허허 웃었다.

"2011년도부터니까 서울보다는 짧지 않습니까. 언젠가는 이길 날도 있겠지요."(5라운드 수원 원정, 0대1로 패한 후)

부산은, 수원 원정 후반 42분 정대세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수원 원정 징크스를 언급하자 "수원도 부산에 오면… 서로 3점씩 가져가야 안 되겠습니까"라고 느리게 답했다. 12년만에 서울 원정승리를 빗댔다. "그래도 서울보다는 짧지 않습니꺼. 2011년도부터니까는. 언젠가는 우리가 이길 날도 있지 않겠습니까. 다음 게임은 잘 준비해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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