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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이 꼽은 '사커 대디·맘'의 역할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3-30 15:31


홍명보 A대표팀 감독.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소년 홍명보는 키가 작았다. 축구를 시작한 서울 광장초 5학년 때 채 1m50이 되지 않았다. 체격도 왜소했다. 부모님도 그랬지만, '2대 독자를 왜 힘들게 키우려고 하느냐'던 할머니의 반대도 심했다. 축구, '고통의 시작'이었다.

서울 광희중 1학년 때였다. 연습경기 도중 쇄골이 부러졌다. 상대선수와 심한 몸싸움이 아니었지만, 그만큼 소년은 몸이 약했다. 담임선생님은 그 길로 소년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축구 대신 공부를 권했다. 당시 부모님은 선생님과의 면담 내용을 소년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마음에서 축구를 놓지 않은 아들의 열정을 존중했다. "당시 부모님은 나의 아픔을 마음에 묻고 나의 선택을 기다리셨다." 콤플렉스가 많았던 소년에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앞둔 A대표팀 사령탑으로 성장한 홍명보 A대표팀 감독(45)의 회상이었다.

홍 감독이 축구선수를 자식으로 둔 부모들에게 소중한 조언을 건넸다. 홍 감독은 2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강연 시리즈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에서 지도자가 보는 자녀지원을 주제로 강연했다.

홍 감독은 유독 책임감이 강한 아이였다. 홍 감독은 "모든 사람들이 '안된다'고 하는데 '왜 부모님께선 그런 선택을 하셨을까'라는 생각했다. 그러면서 책임감과 약속을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자녀지원에 대해서는 자신의 추억을 되살렸다. 가장 먼저 '기다림'을 강조했다. 홍 감독은 "동북고 시절 어머니께서 말없이 학교에 와서 보약을 주셨다. 집에서 학교까지 40분 거리를 매일 와주셨다.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모든 사람들이 있을 때 보약을 먹지 않았다. 그런 나를 위해 부모님은 훈련이 끝날 때까지 숨어서 기다려주셨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키가 많이 컸다"고 했다.

두 번째는 '신뢰'였다. 홍 감독은 "대학 진학 시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셨다. 7~8월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데 뇌수술을 두 번 하셨다. 그래도 머리를 깎으시고 학교에 오셔서 진로를 상담했다. 당시 3개팀을 갈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A교를 가야한다고 하셨다. 그 곳에서 주전자를 들어도 A교에 가라고 하셨다. 당시 나는 그 학교에 가기에는 기량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겁이 났다. 그래도 부모님은 나를 알고 계셨다. 축구를 시작하면서 부모님은 자신의 아이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은 자식에게 맡기라'라는 것이 얘기의 골자였다. 홍 감독은 "내 부모님은 8년 간 두 번의 결정만 하셨다. 한 가지는 축구를 할 수 있게 허락을 한 것이다. 나머지 한 가지는 대학 진로를 결정하셨다"며 "난 그 안에서 당당하고 선택하고 책임감을 짓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옳지 않았다. 그러나 옳지 않은 선택도 부모님이 존중해주셨다"고 전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부모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홍 감독은 "나는 부모님에게 의지하지 않았다. 축구는 선택이다. 본인이 선택하고 판단하지 않으면 좋은 선수가 되지 못한다. 항상 바르지 않은 선택을 한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이런 점을 잡아주는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홍 감독은 '인성'을 얘기했다. 홍 감독은 2007년으로 거슬러올라갔다. 그는 "2007년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할 때 청소년대표 출신이 10%도 안되더라. '20세 이하 선수들이 왜 국가대표팀에 못들어올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 된 뒤 선수들과 약속을 했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리고나서 그 선수들을 잡은 것은 인성이었다. 기능과 인성 중 인성에 더 높은 비중을 뒀었다"고 했다.

홍 감독은 지난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원팀'을 강조하고 있다. 원천은 인성이었다. 홍 감독은 "인성 이후 배려가 나온다. 배려심이 팀 안에 들어오는 것을 원한다. 그것이 원팀이다. 출전선수가 뛰지 않는 선수의 마음을 이해하고, 출전하지 않는 선수도 출전선수가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원팀이다. 상호존중과 배려가 가능성을 키운다"고 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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