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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리그 최인철 감독의 사과"박은선 훌훌 털고 일어나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3-10 15:51


◇최인철 현대제철 감독이 박은선에게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하고 있다.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과 박남열 고양 대교 감독이 어색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14년 IBK기업은행 WK-리그 미디어데이는 시종일관 가라앉은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에 열린 미디어데이 7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운집했다. 분위기는 무거웠다. 진작 털어내야 할 부분을 털어내지 못했다. 최인철 현대제철 감독이 교통문제로 5분 정도 늦는다고 했다. 2시5분, 사회자가 개회를 선언했다.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의 불참을 알리는 순간, 서 감독이 성큼 무대로 나섰다. 서 감독과 6개 구단 감독들이 굳은 표정으로 나란히 앉았다. 겨우내 해묵은 앙금은 새해가 밝고, 새봄이 오는데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여자축구연맹측은 기자회견 직전 취재진 단속에 들어갔다. "오늘은 리그에 대한 감독, 선수 각오를 들어보고, 시즌 개막을 알리는 자리다. 박은선 선수의 사태와 관련해 행사의 본질이 변질되고 묻혀버릴 수 있는 상황이 걱정된다. 감독, 선수, 새 시즌에 대한 질문을 중점적으로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초, 여자축구계는 '박은선 논란'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WK-리그가 가장 뜨겁게 주목받은 순간이었다. 박은선의 소속팀 서울시청을 제외한 6개 구단 감독들은 지난해 11월 감독자 회의에서 박은선의 출전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24일 오후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박은선 성별 진단 논란은 전형적인 성희롱 행위'라고 판시했다.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성 정체성 문제를 제기한 6개 구단 감독 코치 등 6명에 대한 징계조치를 권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한체육회장, 대한축구협회장, 한국여자축구연맹회장에게 재발방지 대책 마련도 권고했다.

올들어 처음으로 나란히 앉은 7개 구단 감독들은 우승후보, 새시즌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디펜딩 챔피언' 현대제철과 '전통의 강호' 고양 대교를 우승후보로 꼽았고, 즐기는 축구, 최선의 플레이를 약속했다. 각구단의 새시즌 청사진을 펼쳐보이며, 저마다 우승과 플레이오프의 희망을 노래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무거웠다.

질의 응답시간, 올 것이 왔다. 박은선에 대한 질문이었다. 최인철 인천현대제철 감독이 6개구단 감독을 대표해 입을 열었다. 최 감독은 "박은선에 대해 오랫동안 지켜봤다. 우리나라 축구를 이끌어 갈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박)은선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훌훌 털고 일어나서 WK-리그 뿐만 아니라 대표팀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좋은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짧게 말했다. 지난해 11월 박은선 논란 이후 첫 공식발언이었다. '심심한 유감'을 표했다. 이 한마디를 하는 데 무려 4개월이 걸렸다.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이 '애제자' 박은선의 안부를 전했다. "많이 힘들어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평상심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현재 컨디션은 60~70%에서 머물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본인이 해결해야 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은선이가 또다른 꿈과 목표를 가졌다. 외국은 절대 안간다고 했었는데, 좋은 조건이면 미국이나 일본에 보내달라고 한다. 조건도 안맞고 몸상태도 좋지 않은데 지금 나가게 되면 국제미아가 될 수도 있다. 내년쯤 외국에 보낼까 생각한다.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데이 직후 7개구단 감독은 한자리에 다시 모였다.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고 화해했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 위기의 여자축구, WK-리그는 살아야 한다는 공감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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