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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의 끝없는 도전 "40세에도 축구장에 있고 싶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2-03 08:10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라이언 킹' 이동국(35·전북)의 축구 인생에 마침표는 아직 먼 미래 얘기일 뿐이다. 5년 뒤인 2019년, 이동국이 그리는 '불혹의 그라운드'는 여전히 치열하고 뜨거웠다.

지난해 10월 전북과 2년 재계약을 한뒤 "2년 후에 내 나이는 생물학적 나이일 뿐이다. 마음 먹은 나이는 20대 초반이다.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했던 말은 팬들과 구단을 위한 립서비스가 아닌 자신과의 약속이자 희망사항이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프로 17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이동국이 2일 '키워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축구 인생을 공유했다.

2년 재계약

"나이든 선수들이 시즌 막판에 계약을 하게 되면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구단에 미리 계약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듣는게 나을 것 같아서 재계약 협상을 일찍 진행했다. 구단에서도 적극적으로 원했고, 나도 다른 팀보다 전북에서 뛰길 원했다. 몇 년 더 선수로 뛰게 됐다." 유럽 무대(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스브러)에서의 실패를 딛고 2009년 전북에서 22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부활한 이동국은 5시즌 동안 90골을 뽑아냈다. 전북은 이동국을 앞세워 2009년과 2011년에 K-리그 무대를 점령했다. 동시에 이동국은 전북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며 K-리그 최다공격포인트(209개·154골-55도움) 대기록을 작성했다.

득점왕

"모든 스트라이커가 득점왕 욕심을 가지게 된다. 나도 욕심 갖고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측면 공격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영입돼 득점을 만들수 있는 상황들이 작년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문전 앞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겠다." 2009년 생애 첫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이동국이 2014년, 두 번째 득점왕 등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3년 연속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데얀이 중국 장쑤로 이적해 이동국은 2014년 시즌의 유력한 득점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불혹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한 오래하고 싶다. 아직 지도자를 하겠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다. 40세에도 축구장에 있고 싶다. 최강희 감독님이 40세까지 선수생활을 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김)남일이형한테는 감독님이 '42세에 은퇴하라'고 하셨다. 2살 차이가 나니 같이 은퇴하면 되겠다." 최 감독이 "42세까지 뛰는 선수들이 많다. 너도 그때까지 뛸 수 있다"며 김남일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화가 화제가 되자 '애제자'인 이동국이 '동시 은퇴'로 맞불을 놓았다. 35세인 이동국은 37세인 김남일보다 두 살이 어리다. 이동국은 또 다른 '절친'인 김상식(38)의 은퇴 뒷 얘기를 꺼내며 현역 생활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상식이형은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있는데 예전에 '멋지게 은퇴해야 한다. 정상에 있을 때 박수받으며 은퇴하겠다'고 말을 내뱉어 은퇴를 하게 된 것 같다. 상식이형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난 아니다. 힘들어서 못뛸 때 그만 두겠다."


2일 브라질 상파울루 팔메이라스 훈련장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이동국.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ACL 혹은 K-리그

'ACL 우승과 K-리그 우승 중 하나만을 골라야만 한다면'이란 질문에 이동국은 망설임이 없었다. "ACL우승을 하고 싶다. K-리그와 ACL 동시 우승을 목표로 하지만 굳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처럼 선택을 해야 한다면 ACL을 고르겠다. 아시아 정상에 서고 싶다. 홈에서 열린 결승에서 진 느낌이 생생하다." K-리그 신인왕(1998년), MVP-득점왕(2009년), K-리그 우승(2009년, 2011년), 도움왕(2011년)을 모두 맛본 이동국이 유일하게 갖지 못한 타이틀은 ACL 우승이다. 2011년 전북은 홈에서 열린 ACL 결승에서 알 사드(카타르)에 승부차기로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대표팀

"대표팀보다 소속팀이 먼저다. 모든 선수에게 기회가 올 것이다. 팀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 선택은 감독님의 몫이다."

쌍둥이 딸

"넷이 되다 보니 부상 없이 뛰어야 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 내가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려면 딸들에게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빠가 박수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첫째와 둘째는 그 모습을 봤다. 셋째와 넷째는 아직 못봤다. 셋째와 넷째를 위해서 몇 년은 더 뛰어야 한다. 정 안된다면 조기 축구회에서라도 박수 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웃음)" 이동국은 딸 부자다. 2007년에 이어 2013년에 잇따라 쌍둥이 딸을 낳으며 네 딸의 아버지가 됐다. 겹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100000분의 1일이다.

하와이

"네비게이션 없이도 운전하고 다닐 수 있는 곳이다. 마음이 편하다. 한국에서는 마음 급하게 쫓기는데 와이키키 비치에서 조깅하면 마음이 평화롭다.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좋은 곳이다." 이동국은 매 시즌이 끝나면 아내의 고향인 하와이로 휴가를 떠난다. 그에게 하와이는 재충전의 장소이자 유일한 휴식처다. 그러나 하와이 출신의 아내는 불만이 많단다. "와이프가 살던 곳에서 휴가를 보내니 싫어한다. 매번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한다."


상파울루(브라질)=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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