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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체육 진로 교육, 선생님이 앞장선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01-22 08:10


◇선수 출신으로 로스쿨에 진학한 김가람씨가 21일 서울 망우로 서울시체육회 강당에서 2013년 체육진로교육 체육교사 직무연수에서 강연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체육진로는 더 이상 '운동선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협회-구단 행정가를 비롯해 마케팅과 광고-홍보, 언론 등 셀 수 없는 분야가 존재한다. 심지어 그라운드를 누비던 축구선수가 변호사로 활동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생은 정작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몰라 체육전공의 꿈을 접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꿈이 현실의 벽에 가로 막히고 있다. 학교에서도 답을 찾기가 어렵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교육 위주일 뿐, 체육진로에 대한 명쾌한 도움을 주는 일선 교사는 드물다. 교사 스스로 체육진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체육건강청소년과가 주최한 2013년 체육진로교육 체육교사 직무연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스포츠로 미래를 설계하고자 하는 학생이 방법을 몰라 포기하는 일을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진학 뿐만 아니라 체육 관련 분야 취업, 본인 스스로 직업을 만드는 창직 등 전반적인 체육진로 탐구를 모색하기로 했다. 체육진로교육 직무연수는 20일부터 5일간 일정으로 교육과 현장 방문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교사들 대부분이 진로 교육의 방법 대신 정답만 찾고자 했다. 직무연수를 기획한 오정훈 장학사는 "(분위기를 깨기 위해) 스스로 발가벗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실제 겪었던 어려움을 스스로 털어놓으면서 얼어붙은 교사들의 마음을 녹였다. 단순한 이론 중심을 예상했던 교사들은 속내가 오가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21일 오후 서울 망우로 서울시체육회 강당에서 열린 연수 2일차 일정에는 스스로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자며 의기투합한 서울시 중등 체육교사 30여명이 모였다.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오후 강연자로 나선 이는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을 앞둔 김가람씨(28). 1970년대 한국 축구의 든든한 방패로 활약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안정환(은퇴) 박지성(PSV에인트호벤)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김희태 포천축구센터 이사장(61)의 아들이다. 한때 아버지와 같은 축구선수의 길을 걷던 김씨는 서울체고를 거쳐 서울대와 성균관대 로스쿨에 진학, 대한축구협회 법률자문인 이중재 변호사에 이은 선수 출신 2호 변호사 타이틀을 목전에 두고 있다. 2시간 가량 인생 스토리를 풀어놓은 김씨는 "주변 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가 변호사의 길을 걷지 못했을 것"이라며 "나 같은 학생들은 분명 이 자리에 모인 선생님과 같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부디 그런 학생들의 빛이 되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효과는 긍정적이었다. 이날 강연에 참가한 김인순 동작고 교사(52)는 "스스로 학생들에게 체육진로를 제시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교내에 체육진로를 원하는 학생들을 모아 도움을 주는 방향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정한 영신간호비즈니스고 교사(35)는 "실제 사례를 접하니 보다 이해가 쉬웠다"며 "과연 학생들이 고교 졸업 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 장학사는 "어떻게 길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방향과 효과는 확연히 달라진다"며 "앞으로 체육진로교육연구회 등 학생과 함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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