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용(25·선덜랜드)의 멀티 플레이 능력이 선덜랜드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기성용은 6일(한국시각)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FA컵 3라운드(64강전) 칼라일 유나이트전(3부리그)에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격했다. 그는 63분간 활약하며 팀의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선덜랜드는 26일 안방에서 키더민스터-피터보로전 승자와 16강행 티켓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왜 기성용이었을까. 몇 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포옛 감독이 기성용의 수비 능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포옛 감독은 부임 이후 기성용을 포백 라인 바로 앞에서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해왔다. 수비력은 이미 검증 됐다. 최근 공격력 강화를 위해 기성용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하며 재미를 보기도 했지만 이 포지션의 대체 자원은 즐비하다. 포옛 감독이 지체없이 '수비수 기성용 카드'를 꺼내든 이유다. 장거리 패스에 능한 기성용의 패싱 능력으로 수비 진영부터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도 즐겨 사용하던 '포지션 변경'이다. 퍼거슨 감독은 중앙 수비에 공백이 생길 경우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이클 캐릭과 로이 킨(현 아일랜드 대표팀 수석코치)을 센터백에 세우곤 했다. 첼시의 다비드 루이스 역시 조제 무리뉴 감독 부임 이전까지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 포지션을 병행했다.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강한 수비력과 패싱 능력이다. 기성용이 지난해 리그컵 결승전에서 중앙 수비수로 출격해 스완지시티에 우승컵을 안긴 경험도 포옛 감독의 선택에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만족도도 높았다. 포옛 감독은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성용이) 오늘 프로페셔널한 플레이를 펼쳤다"며 기성용을 칭찬했다.
이제 관심은 리그컵 4강 1차전에서 기성용이 맡을 역할에 쏠린다. 선덜랜드는 8일 안방에서 맨유와 1차전을 치른다. 기성용의 출격은 유력하지만 포지션은 아직 불투명하다. 오셔가 어깨 부상에서 회복해 복귀할 경우 기성용은 다시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될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맨유를 상대로 다시 중앙 수비수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