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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플랜B도 강했던 울산, 현실로 돌아온 수원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11-24 17:28 | 최종수정 2013-11-25 07:49



첫 충돌에선 알고도 당했다. 지난달 27일 '진격의 거인' 김신욱(울산) 봉쇄에 실패한 서정원 수원 감독은 혀를 내둘렀다. 두 번째 맞대결은 23일 열렸다. 무대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이었다. '동상이몽'이었다. 양 팀 모두 승점 3점이 반드시 필요했다. 울산은 K-리그 클래식 우승 9부 능선을 향해, 수원은 내년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행 티켓 전쟁을 이어나가기 위해서였다. 상황은 수원에 유리했다. '공공의 적' 김신욱이 A대표팀에서 입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다. 수원은 정대세 김두현 염기훈 등 주전멤버를 풀가동할 수 있었다.

90분간의 혈투, 희비가 엇갈렸다. 승리의 여신은 울산에 웃음을 보였다. 울산은 전반 16분 강민수의 선제골과 전반 추가시간 터진 김성환의 결승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파죽의 6연승을 질주한 울산은 22승7무7패(승점 73)를 기록, K-리그 우승까지 승점 2점만 남겨두게 됐다. 반면, 수원은 후폭풍에 휩싸였다. ACL 진출의 꿈이 날아가 버렸다.

잠못 이룬 김호곤 감독, 서정원 감독의 '대장장이론'

김호곤 울산 감독은 22일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발목 부상을 한 김신욱이 빠질 것을 대비한 전술을 짜야했다. 김 감독은 "수원 원정에 19명을 데려왔다. 22일 훈련까지 지켜보고 김신욱 투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신욱이가 런닝을 하더라. 그래서 18명 엔트리에 호베르또를 빼고 김신욱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더 급한 쪽은 서 감독이었다. 4연패인데다 ACL 티켓이 물건너가게 생긴 비상상황이었다. 서 감독은 침착했다. 미래를 내다봤다. "현재 우리 팀은 대장간에 있는 상태다. 아직 완성된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뜨거운 불 속에서 달궈졌다가 나오면 두드려맞고 그것이 끝나면 다시 불 속에 들어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지금 당장은 이 과정이 힘들겠지만, 이것이 끝나면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날카로운 무기가 돼 재탄생할 것이다." 그래도 현실이 먼저였다. 울산을 이겨야 했다. 경찰청 제대를 한 김두현을 8개월여 만에 선발 출전시킨 것에서 서 감독의 필승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서 감독은 "김두현의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아직도 100%는 아니다. 그러나 이용래의 부상으로 출전시켜야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했다.

예상대로 김 감독은 까이끼를 김신욱 대신 선발 출전시켰다. 그리고 공격 전술을 포스트 플레이에서 제로톱으로 바꿨다. 김 감독은 "하피냐 까이끼 한상운 김용태에게 수시로 포지션을 바꾸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묘수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김 감독은 "'긴 크로스를 삼가하라'라고 했다. 크로스도 측면을 깊이 돌파해 하라고 했다. 신욱이가 없으니 쇼트 패스 위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측면으로 공이 전달되면 많은 선수들이 측면으로 공을 받아 공격을 만들라고 했다"고 말했다.


상반된 분위기의 양팀 라커룸

하프타임, 양 팀 사령탑의 분위기는 달랐다. 김 감독은 2-1로 앞섰지만, 선수들에게 많은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까이끼가 전반 14분 만에 근육 이상으로 교체됐다. 까이끼 대신 그라운드에 투입된 김승용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부상을 한 김신욱을 조기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볼을 받을 때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을 강조했다. 또 수비진에 물러서지 말라고 했다. 불필요하게 물러서서 페널티박스 가까운 쪽에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반면, 뒤지고 있던 서 감독은 냉정함을 요구했다. 서 감독은 "별다른 지시는 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단지 '실점은 잊어버리자'고 격려했다"고 답했다.

긴장의 끈 놓치 않은 김 감독, 현실로 돌아온 서 감독


결국 김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그러나 환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선수들에게 진짜 결승전이라 얘기했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돌리고 싶다. 남은 2경기 역시 긴장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민은 또 다시 시작된다. 김 감독은 "공격 자원이 넉넉하다고 생각했는데 까이끼 김승용 한상운 등 공격수들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공격라인이 걱정이다. 좋은 경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ACL 진출이 좌절된 서 감독은 현실로 돌아왔다. 서 감독은 "이날 경기도 이전의 경기처럼 수비에서 문제가 많이 드러났다. 그래도 아직 2경기가 남았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 내년 문제는 다음에 생각하고 일단 남은 2경기 결과에 집중하겠다"며 '유종의 미'를 강조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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