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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9경기 무패'는 왜 끊겼을까?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11-04 09:31 | 최종수정 2013-11-04 11:01



후반 23분 뉴캐슬의 파듀 감독이 프리키커 카바예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이윽고 오른발로 처리한 볼이 수비진과 골키퍼 체흐 사이로 향했고, 맨마킹이 느슨해진 구프랑의 머리에 연결되면서 첼시의 골망이 흔들렸다. 후반 44분에는 아니타가 레미에게 볼을 전달했고, 여기에서 나온 슈팅에 골망이 한 번 더 출렁였다. 9경기 무패가 싹둑 잘렸다. 6연승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2일(한국시각) 영국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에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에서 원정팀 첼시는 0-2로 패했다.

첼시로선 코너킥 상황에서 나온 테리의 헤딩 슈팅 두 방이 참으로 아쉬웠다. 이른 시각 선제골을 뽑았다면 이후의 흐름은 조금 더 긍정적으로 흘렀을 터. 하지만 이는 각각 크로스바와 상대 수비에 걸렸고, 이후 첼시는 눈물 찔끔 흘리며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이들이 시도한 대부분의 공격은 중앙선 아래에서 시작됐다. 카바예-티오테를 축으로 한 뉴캐슬은 패스를 통해 볼을 점유하며 첼시 진영을 밟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견고한 '벽'을 연상시켰던 테리를 비롯해 첼시 수비진이 상당히 탄탄해 결정적 위기를 내주진 않았으나, 볼을 탈취하는 지점이 낮다 보니 상대 수비가 적은 타이밍에 날릴 수 있는 치명타에는 한계가 따랐다.

물론 아래에서 공격을 시작해도 상대를 괴롭힐 수는 있었다. 뉴캐슬은 측면 수비까지 꽤 높은 선까지 전진했고, 중앙 미드필더 역시 꾸준히 올라가 패스를 뿌렸다. 공격에 소극적이지는 않았던 그들은 뒷공간을 흘리기 마련이었다. 다만 첼시엔 이를 역이용할 만한 역습의 템포가 없었다.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조목조목 필요한 위치에 자리한 자원이 없었고, 이 탓에 만년필 잉크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와야 할 패스 타이밍과 정확도에도 문제가 생겼다. 선수 개인의 스피드는 있어도 상대의 혈을 찌를 조직적인 힘이 부족했고, 빠르게 수비로 돌아서 이미 굳어가는 상대의 판을 깨려다 보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역습 기회를 날린 뒤 돌입한 지공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첼시는 오스카나 마타가 종종 내려오며 램파드 의존도를 줄여나갔다. 이들은 상대 수비를 등진 타이트한 상황에서 볼을 받기보다는 아예 수비 앞 진영까지 내려가 티오테-카바예 라인을 마주 보고 볼을 잡았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의 전진 작업이 안 돼 경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이 선수들이 내려오는 동안 볼 받을 준비를 하는 동료들의 움직임에 유기성이 떨어졌고, 기본적으로 나가는 패스의 방향 선택이나 정확도도 부족했다. 재빨리 수비로 전환한 뉴캐슬이라도 라인 간격에 숨 쉴 공간은 있었지만 이를 향한 볼 투입이 안 됐고, 투입이 된다 해도 그다음 동작에 군더더기가 남았다.

다비드루이스의 롱패스도 대안은 되지 못했다. 후방에서 패스를 많이 돌리며 전반 중반 볼 점유를 뉴캐슬 30 vs 첼시 70까지 벌렸으나, 수비 진영을 갖춘 상대를 끌어내지 못한 의미 없는 수치에 불과했다. 이 상황에서 레미-아메오비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루이스가 전진하며 패스를 뿌렸으나 부정확했고, 설상가상 단조로운 패턴으로 이어져 적정선까지 전진한 이바노비치의 공격력까지 죽였다. 더욱이 개인 능력을 활용해 중앙으로 잘라 들어가던 중 심심찮게 프리킥 유도를 해내던 아자르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힘이 떨어졌다. 긍정적 평가를 받아오던 토레스도 최근 본인이 뽐내던 만큼의 영향력을 펼치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은 "내가 11개의 실수를 범했다. 다른 11명의 선수를 넣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라며 뉴캐슬전을 평가했다. 주도권을 잡았음에도 한 방을 해결하지 못한 첼시는 후반 중반과 막판에 한 골씩을 헌납하며 기분 좋은 무패, 연승 행진을 끝냈다. 상대를 흔들 선택지에 제한이 생겼던 그들이 주중 챔피언스리그 샬케와의 홈경기에서는 정답을 찾아 반등의 기회까지 잡을 수 있을까.

첼시 = 체흐 / 에쉴리콜-존테리-다비드루이스-이바노비치 / 램파드-하미레스 / 아자르-오스카-마타 / 토레스

득점 : ?X / 교체 : 토레스↔에투(62'), 마타↔윌리안(62'), 램파드↔쉬얼레(70')


뉴캐슬 = 크롤 / 산톤-양가음비와-윌리암슨-드뷔시 / 구프랑-티오테-카바예-시소코 / 레미-아메오비

득점 : 구프랑(68')?, 레미(89') / 교체 : 티오테↔아니타(53'), 아메오비↔시세(62'), 구프랑↔오베르탕(85')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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