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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왜?]최용수 감독의 꾀, 순진하게 당한 서정원 감독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1-03 16:34 | 최종수정 2013-11-04 08:01



신경전이 있었다.

심기를 건드린 쪽은 최용수 서울 감독이었다. 31일 미디어데이였다. "수원 삼성은 1등 기업이다. 하지만 상당히 거친 것이 사실이다. 수원이 우리 편의를 봐주진 않을 것이다. 어떤 것이 K-리그 위상을 높이는 것인지를 생각해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줬으면 한다." 9일 광저우 헝다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을 앞둔 최 감독의 '협박'이었다. 상대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일전을 1시간 앞둔 서정원 수원 감독이 심경을 토로했다. "(그 내용을 보고) 많이 웃었다. 내가 해야할 소리다. 딴 것까지 노린 이야기였다. 파울이 많았던 것은 2년전 얘기다. 그래, 파울이 많다고 치자. 축구는 몸싸움이 별미인데 예쁘게만 차야하는가." 목소리가 갈렸다.

부담은 수원이 더했다. 자칫 상대가 부상에 노출될 경우 여론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분위기였다. 반면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또 다른 주문을 했다. "다음 경기 대비해 몸을 사리는 플레이를 하면 가차없이 뺄 것이다."

뚜껑이 열렸다. 휘슬이 울리기전까지 가을비가 대지를 적셨다. 올시즌 마지막 슈퍼매치. FC서울이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서울은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에서 수원에 2대1로 역전승했다. 경기시작 5분 만에 정대세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34분과 후반 30분 데얀이 릴레이포를 터트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올시즌 상대전적에서 1승1무1패의 백중세였다. 서울이 최후의 매치에서 승리하며 2승1무1패로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더 거칠었던 서울, 너무 얌전했던 수원

가을비가 희비의 서곡이었다. 서 감독은 "아쉽다"고 했다. 최 감독은 "행운을 준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최 감독은 2011년 4월 제주와의 사령탑 데뷔전(2대1 승)에서 우중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비와 최용수', 이후에도 궁합은 절묘했다. 그는 비만 오면 미소를 머금었다. 수중전은 변수였다. 전반, 비는 그쳤다. 하지만 물기를 머금은 그라운드 탓에 볼은 춤을 췄다. 선수들이 미끄러지는 장면이 종종 연출됐다.

파울 수는 11대6으로 수원이 더 많았다. 경고를 받은 선수는 동수였다. 각각 2명이 옐로카드를 받았다. 기록만 보면 수원이 더 거친 축구를 했다. 현실은 달랐다. 서울이 강력한 압박으로 중원을 장악했다. 영리한 플레이로 파울을 비켜갔다. 수원은 '싸움닭' 곽희주와 중원의 이용래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빈자리는 컸다. 전반 5분의 선제골이 독이었다. 얌전하게 지키다보니 경기 주도권을 내줬다. 데얀은 난공불락이었다. 몰리나와 에스쿠데로, 윤일록은 힘이 넘쳤다. 하대성과 고명진은 입맛대로 중원을 지배했다. 반면 수원은 덫에 걸렸다. 전반 정대세-조동건의 투톱, 후반 산토스를 투입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조직력이 실종되며 수원다운 축구를 하지 못했다. 1대2라는 스코어차가 다행일 정도로 경기력에서 서울이 압도했다.


서 감독은 아쉬움이 진했다. 그는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들의 빈자리가 아쉬웠다. 너무 일찍 골을 터트린 후 이후에 우리 경기를 못했던 것이 아쉽다"며 "데얀 마크에서 아쉬운 부분이 몇 장면 나타났다. 앞으로 이런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고 했다. '터프한 수비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경기를 하면서 터프한 적은 없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기를 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런 것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최 감독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만족스러운 일전이었다. 그는 "경기 초반 순간의 방심으로 실점했다. 나오면 안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후 선수들의 경기력은 높게 평가한다. 1승1무1패에서 홈팬들에게 좋은 결과를 선물했다. 내년에도 좋은 기운으로 출발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4위 경쟁, 단두대 매치의 희비

서울은 슈퍼매치가 ACL 결승 2차전의 징검다리였다. 하지만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이었다. 수원은 이날을 위해 일주일을 준비했다. 두 팀 모두 K-리그 우승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단 순위 경쟁에서는 물러설 수 없는 단두대 매치였다. 4위와 5위는 극과 극이다. 내년 시즌 ACL 진출 티켓이 걸려있다. 경기 전까지 두 팀의 승점 차는 1점이었지만 4점으로 벌어졌다. 서울이 4위(승점 54·15승9무9패), 5위 수원(승점 50·14승8무11패)에 포진했다.

4위 경쟁은 특별하다. 클래식의 ACL 티켓은 3장이다. FA컵 우승으로 내년 시즌 ACL 티켓을 거머쥔 포항이 1~3위에 포진할 경우 남은 한 장의 티켓은 4위에 돌아간다. 포항은 현재 선두권에 랭크돼 있다. 두 팀 모두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서울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최 감독은 "오늘 승리로 선수들의 컨디션과 집중력, 자신감이 높아졌다. 실보다 득이 많은 경기였다. 오늘만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다음주 ACL 결승에서 K-리그의 역사를 쓰고 싶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 감독은 "패싱 게임을 추구해왔다. 경기를 지거나 비기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발전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가 조금 더 좋은 팀으로 가기 위해서는 패배도 감수해야 한다. 바로 앞만 보는 것보다도 더 먼 곳을 보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간이 갈 수록 우리의 경기력이 나온다. 올해 시즌은 이렇게 흘러가지만 앞으로의 시즌은 좀 더 좋은 축구를 통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간다. 앞으로 남은 5경기에 전력투구 하겠다"고 했다.

명암은 분명했다. 서울은 실보다 득, 수원은 득보다 실이 많은 올시즌 최후의 슈퍼매치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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