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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VS '명예와의 전쟁', FC서울의 그 날이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0-26 09:42



그 날이다.

K-리그 클래식 우승팀에는 상금 5억원이 돌아간다. ACL 우승팀에는 상금 150만달러(약 15억9000만원)와 함께 세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진다.

FC서울이 첫 발걸음을 뗀다. 서울은 26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광저우 헝다(중국)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1차전을 치른다.

K-리그는 최근 5년 연속 ACL 피날레 무대에 올랐다. 포항(2009년), 성남(2010년), 울산(2012년)이 우승컵에 입맞춤했고, 전북(2011년)은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은 FC서울이다. 올해 달라진 것은 단판이 아닌 홈 앤드 어웨이라는 점이다. 안방에서 첫 대결을 벌인다. 11월 9일 광저우 원정에서 열리는 2차전은 없다. 서울은 1차전에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ACL 4강 진출까지 보너스만 200억원을 훌쩍 넘긴 '머니파워' 광저우는 '쩐의 전쟁', 서울은 '명예와의 전쟁'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광저우가 박빙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은 돈이 아닌 축구가 무엇이 보여주겠다면 배수진을 쳤다.

광저우의 핵은 공격을 이끄는 외국인 3인방이다. 브라질 출신의 무리퀴(27·이적료 350만달러·약 37억원)와 엘케손(24·이적료 750만달러·약 79억원), 아르헨티나의 콘카(30·이적료 1000만달러·약 106억원)의 몸값은 아시아 축구의 상식에서 벗어난다. 이들은 수비 부담없이 공격을 지휘한다. 중국 슈퍼리그와 ACL을 합쳐 엘케손은 31경기에 출전해 26골, 무리퀴는 22골을 떠뜨렸다. 엘케손은 중국 슈퍼리그, 무리퀴는 ACL 득점 선두다. 콘카의 영리한 경기 운영은 별미다. 서울의 우승 열쇠는 3명을 어떻게 봉쇄하느냐에 달렸다.

경험에서는 서울이 앞선다. 몰리나(33)와 최효진(30)은 이미 ACL 우승을 경험했다. 최효진은 2009년 포항, 몰리나는 2010년 성남에서 ACL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오른쪽 윙백인 최효진은 1차전에서 차두리(33)가 경고누적으로 결장, 그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최효진은 "어느 팀이 더 간절하냐에 따라 우승팀이 갈릴 것이다.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몰리나는 "큰 경기에서는 마음이 앞설 수 있어 냉정과 열정을 모두 견지하는 정신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몬테네그로 출신인 주포 데얀(32)도 자존심을 걸었다. 돈이 아닌 풍부한 노하우로 남미의 위력을 잠재우겠단다.

서울과 광저우 모두 아킬레스건은 수비다. 서울이 더 절박하다.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멀티 득점을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2차전의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ACL은 유럽챔피언스리그와 마찬가지로 원정 다득점 원칙을 적용한다. 실점을 할 경우 우승길은 더 험난해진다.


최 감독은 1차전에선 공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광저우의 수비는 이적료 250만달러(약 26억원)에 둥지를 튼 중앙의 김영권(23)과 중국 대표선수들이 1, 2선에서 전담한다. 막강한 공격에 비해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양쪽 측면의 뒷공간에 허점이 있다. 서울이 어떻게든 공략해야 할 포인트다.

물론 서울의 수비라인도 집중력이 배가돼야 한다. 광저우 외국인 3인방의 화력은 아시아 수준이 아니다. 중원과 수비라인의 협력 수비를 통해 이들의 예봉을 차단해야 한다. 부상에서 갓 회복한 아디(37)의 부활이 관건이다.

결승전에선 한 순간에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벤치의 일거수일투족도 승부와 직결된다. 광저우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마르셀로 리피 감독(65·이탈리아)은 세계적인 명장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42)은 이제 프로 2년차 사령탑이다. 부담감은 유럽챔피언스리그(1996년·유벤투스)와 월드컵(2006년 독일·이탈리아)을 제패한 리피 감독이 더하다. 최고였고, 그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 최 감독은 사령탑으로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지난해 K-리그에서 우승했고, 한창 올라가는 단계다. 밑져야 본전이다. 지나친 긴장은 독이다. 즐겨야 한다. 그러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리피 감독을 심리적으로 괴롭혀야 한다. 여유 속에 냉철함을 유지해야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1차전의 결과가 서울의 운명이다. 물러설 곳은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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