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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형 미드필더가 가장 편하다. 가장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그렇다고 아래로 내릴 수도 없다. 현재 수비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자원은 기성용, 한국영, 하대성, 이명주, 박종우 정도. 이 중 SNS 파동 이후 돌아와 브라질-말리전을 연이어 치른 기성용은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더욱이 수비 매력을 발산하며 180분 중 178분을 소화한 한국영이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대로라면 구자철이 이 자리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미 지난 3월 카타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징계로 빠진 박종우의 자리를 메웠으나, 기성용과의 조합에서 밸런스 문제를 일으킨 것도 고려해야 한다. 중원이 부상 도미노로 쓰러지지 않는 이상 홍명보 감독도 이 선수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게 현실. 이래저래 참 애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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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플레이메이킹의 부재'가 문제였다. 시스템상 최전방 공격수와 아랫선의 선수들을 이어주는 것이 구자철의 주 임무. 하지만 상대 수비와 맞선 이 선수는 기대만큼 볼을 잡지 못했고, 팀은 이청용의 공격 전개에 의존하며 버텼다. 득점을 위해서라면 상대 최종 수비라인과 마주 보는 상황이 더 많이 나와야 했다. 이 과정이 잘 안 되자 대표팀은 로빙 패스를 활용해 측면을 거친 크로스 패턴을 보였는데, 그러기엔 너무 단조로워질 우려가 있었다. PK 동점골을 터뜨린 후 괜찮은 장면이 나왔고, 이청용이 손흥민의 골을 돕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원투 패스를 이어주기도 했으나, 부상 탓에 후반 8분 경기장을 나와야 했다. 한편으로는 이 위치에서 꾸준히 뛰었다면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멀티 플레이 자원'이란 말도 결국엔 '빛 좋은 개살구'일 수 있다. 2002 월드컵 당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 박지성과 유상철의 멀티 플레이는 큰 힘이 됐는데, 이것도 4강까지 진격해 초여름 더운 날 빡빡한 토너먼트 일정을 겪었을 때의 일이다. 홍명보호의 가능성을 깎아내리는 건 아니지만, 일단은 16강부터 조준해 대회 시작부터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게 대표팀의 현실이다. 주어진 기회는 세 경기이고, 모두에게 출전 시간이 보장될 수도 없다. 그래서 구자철에겐 '어울리는 옷'을 자주 챙겨입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소속팀에서의 최근 경기처럼 오른쪽 측면의 옷을 입고 '여긴 어디, 난 누구'와 같은 상황이 더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보경과의 경쟁도 경쟁이지만, 구자철의 폼이 정말 좋다면 김보경을 측면으로 돌리는 식의 공존도 가능은 하다. 실제 브라질전에서도 측면에 위치한 김보경이 중앙으로 들어와 공격을 분담했고, 구자철은 원톱과 함께 올라선 장면이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 모두 구자철이 내년 6월까지 공격형 미드필더의 감각을 충만하게 끌고 간다는 전제에서 이뤄진다. 본인이 자신 있어 하는 위치에서 더 많이 뛸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일단 부상부터 훌훌 털어버리고 말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