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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박'은 없고, '쌍용'이다. 두 축구 인생의 변곡점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10-11 08:13


기성용(왼쪽)과 이청용. 스포츠조선DB

'양박쌍용', 한국 축구의 얼굴이었다.

'양박'은 박지성(32·네덜란드 PSV)과 박주영(28·잉글랜드 아스널), '쌍용'은 이청용(25·잉글랜드 볼턴)과 기성용(24·잉글랜드 선덜랜드)을 일컫는 대명사다. 세월이 또 흘렀다. '양박'은 현재 홍명보호에 존재하지 않는다. 방한한 브라질은 박지성을 첫 손에 꼽았다. 하지만 그는 A대표팀에서 은퇴했다.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설 자리를 잃어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어느덧 이청용과 기성용의 세상이다.

홍명보호가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11년 만의 빅뱅이다. 네이마르(바르셀로나), 마르셀루(레알 마드리드), 오스카, 다비드 루이스, 하미레스(이상 첼시), 파울리뉴(토트넘) 등 최정예 멤버가 출격한다. 브라질과의 역대 전적에선 1승3패다. 1999년 세 번째 대결에서 김도훈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이긴 게 유일한 승리다. 가장 최근의 만남은 2002년 11월 20일(2대3 한국 패)이었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개최국이다.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친선경기라 결과는 중요하지 않지만 홍명보호의 현주소를 점검할 수 있는 천금의 기회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최악의 경우 브라질을 본선에서 만날 수도 있다.

홍 감독은 걱정보다 기대가 넘친다. 완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후회없는 경기를 약속했다. 그래서 '쌍용'이다. 절친인 둘은 곧 한국 축구다. 두 축구 인생은 변곡점의 연속이었다. 2009년 7월 볼턴에 둥지를 튼 이청용이 앞서는 듯 했다. 기성용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제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청용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2011년 7월 31일 웨일스 뉴포트카운티와의 2011~2012 프리시즌에서 오른 정강이 경골과 비골이 골절된 후 후 1년여간 잊혀졌다. 기성용은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최강희호 막바지에 이청용이 재기에 성공한 반면 기성용은 시련을 겪었다. 뒤이어 SNS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홍 감독이 지난 6월 지휘봉을 잡았지만 기성용의 발탁은 불가항력이었다. 브라질전을 앞두고 마침내 승선했다. 기성용은 7일 귀국 후 두 차례 사과했고, 당사자인 최강희 전북 감독이 품에 안았다. 그는 "죽을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꼭 사과를 해야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것만은 아니다"며 "가족끼리도 자주 싸우지만 평생 안 보고 사는 건 아니다. 축구인도 똑같다. 하지만 공인은 두 번 실수를 하면 안된다. 본인이 진심을 뉘우치고 앞으로 안그러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브라질전은 '쌍용'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청용은 측면, 기성용은 중원사령관으로 출격한다. 지난달 홍명보호에 첫 발탁된 이청용은 단번에 간판으로 자리잡았다. 유일한 위안이었다. 9월 6일 아이티와의 평가전(4대1 승)에서 후반 3골을 모두 연출했다. 두 차례나 페널티킥을 이끌었고, 손흥민(레버쿠젠)의 피날레골도 그의 발끝에서 시작된 작품이었다. 10일 크로아티아전에선 1대2로 패했지만 홀로 빛났다. 클래스는 특별했다. 90분내내 공격을 주도했다. 볼이 가는 곳에 이청용이 있었다.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았다. 전반 21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수비수를 제친 후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며 크로아티아의 흐름을 끊었다. 후반 15분과 17분에는 결정적인 골기회를 만들어내며 팬들을 열광케했다.

이제 기성용이 합창할 차례다. 기성용은 브라질전이 마침표를 찍을 기회다.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명예가 걸렸다. 모든 논란은 그라운드에서의 땀으로 지울 수 있다. 그 또한 잘 알고 있다. 기성용은 "많은 분들이 대표팀의 좋은 결과를 원하신다. 선수들도 그렇다. 브라질전은 큰 경험이 될 것이다. 부담보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많은 실망을 안겨드린 것에 대한 보답은 그라운드에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겨도 박수받지 못하는 경기가 있다. 반면 지더라도 박수받는 경기가 있다.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얻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홍 감독의 출사표다.

브라질전, 한국 축구의 운명은 이청용과 기성용에게 달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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