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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 보다 '팀 브라질'에 주목해라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10-11 08:13


사진=TOPIC/Splash News

그동안 브라질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최강'의 칭호는 스페인에 빼앗긴지 오래다. 스타의 계보도 끊겼으며, 메이저트로피를 들어올린지도 꽤 됐다. 22위까지 떨어진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은 브라질 축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마누 메네제스 감독을 경질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에 우승컵을 안긴 '우승청부사'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을 데려왔다. 그와 함께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린 카를로스 알베르투 파레이라를 기술 고문으로 함께 임명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포르투갈 대표팀, 첼시를 통해 유럽을 경험했다. 파레이라는 일찌감치 유럽축구로 유학을 떠나 브라질에 새로운 유럽식 축구를 접목한 바 있다. 비슷한 철학을 공유한 이들은 곧바로 의기투합했다. 40년째 브라질 대표팀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브라질의 국민 해설가 가우바우 부에노는 "지금 브라질 대표팀의 가장 큰 힘 중 하나는 스콜라리와 파레이라의 파트너십이다"고 했다. 스콜라리 감독과 파레이라가 내놓은 변화의 해법은 유럽식 압박과 역습이었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끝난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가 터닝포인트였다. 브라질은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왕의 귀환'을 알렸다. 자국 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등에 업은 브라질은 대회 내내 무결점의 경기력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스페인을 3대0으로 제압한 경기는 그야말로 백미였다. 브라질은 스페인 진영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한 후 번개 같은 속공을 펼쳤다. 유럽식 플레이에 익숙한 루이스 구스타보, 파울리뉴로 구성된 더블볼란치(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뺏어난 볼은 스피드가 탁월한 네이마르, 오스카, 헐크에 의해 빠르게 마무리됐다. 전반 43분 터진 네이마르의 골은 브라질식 속공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스콜라리 감독은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후 브라질월드컵에 대한 청사진을 어느정도 완성했다. 이번 한국전에도 부상으로 제외된 프레드, 훌리오 세자르, 치아구 시우바를 빼고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수놓았던 선수들이 모두 총출동시켰다. 이번 내한 멤버는 현재 브라질이 구성할 수 있는 사실상 최정예 멤버다. 마우로 나베스 TV 글로보 기자는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는 23명의 엔트리 중 18명 정도는 정해졌다"고 귀뜸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새 얼굴 실험보다는 조직력 구축에 힘을 쓰고 있다. 유럽파가 추축인 브라질은 월드컵까지 발을 맞출 기회가 5~6차례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친선경기로는 이례적으로 5일 전 입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압박과 역습이라는 팀 전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브라질은 팀 전술보다는 개인 전술을 앞세운 팀이었다. 호나우딩요, 호나우두처럼 경기를 한번에 바꾸는 마법사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상황을 바꾸는 번뜩이는 재능을 갖춘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브라질 선수 특유의 개인기가 떨어졌다는 말은 아니다. 오스카, 루카스 모우라, 베르나르드 등의 개인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월드컵 우승을 두고 다툴 팀들을 뛰어넘을만큼 압도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공격진을 보자. 리옹에서 실패한 프레드가 넘버 1 공격수다. 프레드는 스스로 찬스를 만들기 보다는 주어진 찬스를 해결하는 유형의 공격수다. 조, 파투 등도 어떤 상황에서도 골을 만들어내던 과거 브라질의 넘버 9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브라질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네이마르조차 전술적 제약이 있는 왼쪽 윙포워드로 자리매김한 다음에야 제 몫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 약해진 공격력으로 조직력이 뛰어난 스페인, 독일 등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압박과 역습이다. 선수 구성도 압박과 역습에 최적화된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브라질은 현재 양과 질에서 역사상 최고 수준의 수비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비드 루이스, 마르셀루, 하미레스, 루카스 등 모두 유럽 빅클럽들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2선 공격진에는 단선적인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하다.

스콜라리 감독과 파레이라의 선택은 어찌보면 '우리가 최고가 아닐 수 있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을지도 모른다. 냉정히 말해 브라질은 최강은 아니다. 그러나 '팀'을 앞세워 조금씩 예전의 영광에 다가가고 있다. '차세대 축구황제' 네이마르의 첫 방한에 열광하고 있지만, 국내팬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하나로 뭉친 '팀' 브라질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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