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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보단 조연' 이청용, 크로아전 더 기대되는 이유

기사입력 2013-09-08 11:33 | 최종수정 2013-09-09 07:52

[포토] 이청용, 달리고 또 달리고!

공식 기록에는 골도, 도움도 없었다.

6일 아이티전(4대1 승) 후반 45분은 그의 세상이었다. 클래스가 달랐다. 1-1로 불안하게 출발한 후반에 터진 3골 모두 그가 연출했다. 두 차례나 페널티킥을 이끌었다. 후반 3분 돌파하다 첫 번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9분 뒤에는 오른쪽에서 3명을 돌파하던 중 다시 한번 페널티박스에서 걸려넘어졌다. 그의 원맨쇼가 만들어낸 페널티킥이었다. 이근호(상주)가 깔끔하게 넣으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27분 손흥민(레버쿠젠)의 피날레 골도 그의 발끝에서 출발했다. 스루패스 한 방으로 수비라인을 무너뜨렸고, 볼은 이근호가 살짝 방향을 바꿔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손흥민은 골키퍼를 제친 후 마무리했다.

이제 무대를 전주로 옮긴다. 홍명보호는 10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와 친선경기를 치른다. 아이티전에서 기록없는 '해트트릭 도움'을 작성한 이청용(볼턴)의 발끝에 한껏 기대가 묻어있다. 크로아티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위(한국 56위)다.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와 마리오 만주키치(바이에른 뮌헨) 등 간판 스타들이 제외됐지만 여전히 전력이 만만치 않다.

7개월 전이었다. 2월 6일 최강희호는 영국 런던에서 크로아티아와 평가전을 치렀다. 이청용으로선 전환점이었다. 기나긴 어둠의 터널에서 마침내 탈출했다. 2011년 7월 31일 웨일스 뉴포트카운티와의 2011~2012 프리시즌에서 오른 정강이 경골과 비골이 골절된 그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의 출발을 함께 하지 못했다. 3차예선을 건너 뛰었다. A대표팀에서도 굴곡이었다. 지난해 9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전에서 15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그러나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부상 후유증이 그의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우즈벡전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10분에 교체됐다. 10월 이란전에서는 후반 24분 교체투입됐다. 2경기에서 76분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해가 바뀌었고, 대반전이 시작됐다. 크로아티아전에서 0대4로 대패했지만 이청용은 제 몫을 하며 부활을 알렸다. 측면에서 활로를 뚫었다. 단 두 차례의 유효슈팅 모두 이청용이 만들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A대표팀 사령탑은 다시 홍명보 감독으로 바뀌었다. 이청용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홍 감독과 호흡했다. 홍 감독은 당시 수석코치였다. 5년 만에 재회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의 경우 이청용은 23세를 초과했다. 홍 감독도 이청용에게는 물음표를 달지 않는다. 그는 성실함의 대명사다. 중심을 잃지 않는다. 축구를 대할 때 늘 진지하다.

아이티전에서는 체력 안배 차원에서 벤치에서 시작했지만, 크로아티아전에는 선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청용은 "아이티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 크로아티아를 상대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아이티에) 비록 크게 이겼지만 유럽파 선수들이 새로 가세하면서 발을 맞출 시간이 적어 경기 내용에서 부족한 게 많았다"며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우리만의 전술이 중요하다. 한국 축구의 색깔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청용은 골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주연보다는 '명품 조연'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첫 합류에서 단번에 '홍심(洪心)'을 빼앗았다. 크로아티아전은 2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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