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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파운드의 사나이' 가레스 베일 몸값의 비밀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8-02 08:37


사진=TOPIC/Splash News

경제 이야기부터 해보자. 경제학 용어 중 '수요공급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상품에 관한 시장수요량 및 시장공급량, 시장가격과의 관계에 관한 법칙이다. 경쟁적인 시장에 있어서의 시장가격과 시장거래량은 수요자와 공급자의 상호교섭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다. 시장가격이 시장의 균형가격보다 높아졌을 때, 그 시장가격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작아지면 시장가격은 균형가격을 향해 하락한다. 반대로 시장가격이 균형가격보다 하락했을 때, 대응하는 수요가 공급보다 커지면 시장가격은 균형가격을 향해 상승하게 된다.

거창하게 경제학 이론을 서두에 꺼낸 이유는 가레스 베일(24·토트넘)의 몸값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베일은 올여름 이적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잉글랜드와 스페인 언론은 경쟁적으로 베일의 이적설을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베일의 이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그의 천문학적인 이적료 때문이다. 그의 이적료는 무려 1억파운드(약 1706억원)가 넘는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미러는 토트넘이 8000만파운드(약 1365억원)에 루카 모드리치를 줄 경우에만 베일을 팔겠다고 한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시즌 모드리치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며 기록한 이적료는 3300만파운드(약 563억원)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1억2500만파운드(약 2132억원) 이하로는 베일을 이적 시키지 않겠다고 공표했다'고 전했다. 어떤 금액이 됐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며 세운 8000만파운드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올여름 넘버1 타깃은 베일이다. 올여름 이적시장에는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 에딘손 카바니(PSG) 등 스타급 공격수들이 즐비했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시선은 오로지 베일만을 향했다. 베일은 지난시즌 26골을 성공시키며 '제2의 호날두'로서 입지를 굳건히 했다. 문제는 토트넘이 베일을 팔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명문구단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토트넘의 다음시즌 목표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이다. 맨유, 맨시티, 아스널, 첼시 등과 같은 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팀내 최고 스타를 지켜야 한다. 베일을 내줄 경우 그를 대신할만한 선수를 데려오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토트넘의 완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레알 마드리드는 베일 영입을 포기하지 않았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몸값은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이적료는 단순히 선수의 현재 가치만으로 책정되는 것이 아니다. 수요공급의 법칙과 시장의 각종 변수에 의해 좌우된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지금은 골 넣는 법을 잃어버린 앤디 캐롤(웨스트햄)이 2011년 1월 이적시장에서 리버풀 유니폼을 입을 당시 이적료는 무려 3500만파운드(약 597억원)였다. 당시 캐롤은 '잉글랜드의 드로그바'로 주가를 높이고 있었지만 3500만파운드의 가치가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상황이 캐롤의 이적료를 높였다. 당시 리버풀은 '주포' 페르난도 토레스를 5000만파운드(약 853억원)의 이적료에 첼시로 넘겼다. 이적시장 마감 하루전이었다. 리버풀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토레스를 대체할만한 선수를 찾아야 했다. 당시 좋은 활약을 펼치던 캐롤에게 접근했다. 뉴캐슬이 대체자를 영입할 시간도 없이 '에이스' 캐롤을 쉽게 놔줄리 없었다. 리버풀은 어쩔 수 없이 뉴캐슬의 마음을 돌리기위해 어마어마한 이적료를 제시해야 했다. 3500만파운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역대 7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캐롤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적료에는 '베일이 호날두보다 더 뛰어난 선수기 때문에 몸값이 더 비싸다'는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만큼 뛰어나지 않은 베일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은 '갈락티코'다. '세계 최고의 선수는 레알마드리드에서 뛰어야 한다'는 기치 아래 스타선수들 영입에 총력을 기울인다. 레알 마드리드는 조제 무리뉴 시절을 넘어 새롭게 카를로 안첼로티 시대를 열었다. 새 시대에서도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은 달라지지 않았다. 네이마르를 '라이벌' FC바르셀로나에 빼앗긴 레알 마드리드는 그와 상응하는 스타 영입이 필요했다. 극성스러운 영국 언론의 관심까지 가져올 수 있는 '웨일스 출신' 베일이 적임자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스타급 선수들 영입으로 브랜드가치를 올렸다. 레알 마드리드에게 스타는 단순히 경기력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다. 스타의 영입은 관객 증가에 따른 티켓 판매 증가와 TV 중계료 수입 증대, 유니폼 판매 증가 등과 같은 막대한 경제 가치를 창출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를 영입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무려 120만장 이상의 유니폼을 판매했다. 벌어들인 수익은 1억파운드를 넘었다. 1년만에 본전을 찾은 셈이다. 우승 트로피는 덤이나 다름없다. 이적료는 결국 현재가치에 미래가치와 투자가치, 효용성 등이 모두 합해진 금액이다. 여기에 베일 몸값의 비밀이 숨어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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