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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32)의 선택은 '친정팀' PSV에인트호벤이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는 '꿈의 무대'로 불린다. 유종의 미를 원하는 박지성 입장에서는 최고의 무대에서 선수의 황혼기를 보낼 수 있다. 박지성이 마지막으로 유럽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한 것은 맨유 소속이던 2011~2012시즌이었다. 퀸즈파크레인저스로 이적 후에는 유럽대항전 자체에 나설 기회가 없었다. 2년 만에 꿈의 무대에 복귀하는 것이다. 에인트호벤은 지난 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며 유럽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에 진출했다. 31일과 다음달 8일에 벨기에 리그 2위 팀인 쥘터 바레젬과 2연전을 치른다. 여기서 승리하면 최종 플레이오프로 올라간다. 최종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 32강 조별리그로 갈 수 있다. 에인트호벤은 박지성을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명단에 등록하기 위해 하루 빨리 협상을 마무리짓기를 원하고 있다. 그만큼 거는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에인트호벤은 박지성과 유럽챔피언스리그 영광을 함께 했다. 2004~2005시즌 박지성을 앞세워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성공했다. AC밀란과의 4강 2차전에서 박지성이 터뜨린 골은 여전히 에인트호벤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적응 도우미들이 많다
새로운 둥지를 틀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적응이다. 박지성이 퀸즈파크레인저스에서 힘든 시기를 보낸 것도 팀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인트호벤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박지성을 너무나 잘 아는 특급도우미들이 즐비하다. 일단 코칭스태프가 낯이 익다. 2004~2005시즌부터 3시즌간 중원에서 호흡을 맞춘 필립 코쿠가 현재 에인트호벤의 감독이다. 루드 판 니스텔로이도 에인트호벤의 코치다. 판 니스텔로이는 박지성의 '절친'으로 유명하다. 판 니스텔로이는 박지성이 맨유로 이적하자 적응을 위해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인물이다. 지난해 11월에는 SNS에 '올드 트래포드에서 내 좋은 친구 박지성과 함께. 좋은 선수이고 좋은 사람!'이라는 글과 함께 박지성과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한 사진을 올렸을 정도로 같한 사이다. 코쿠와 판 니스텔로이는 에인트호벤에 박지성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은 에인트호벤에서 코칭스태프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게 됐다. 베테랑의 경우 전술과 출전시간 등 배려가 필요하다. 퀸즈파크레인저스에서는 이러한 지원을 전혀받지 못했다. 박지성이 날개를 달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셈이다.
우승을 할 수 있다
지난시즌을 끝으로 바이에른 뮌헨 지휘봉을 내려놓은 유프 하인케스 감독의 마지막이 특별했던 것은 트로피와 함께 했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들의 꿈은 정점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박지성 역시 "최고의 순간 선수생활을 마치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에인트호벤은 박지성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팀이다. 에인트호벤은 아약스, 페예노르트와 함께 네덜란드 리그 빅3으로 꼽히고 있다. 타 팀들과 격차가 크다. 빅3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우승이 좌우된다. 에인트호벤은 지난시즌 경험부족으로 막바지에 아쉽게 아약스에 우승을 내줬다. 에인트호벤이 박지성을 원하는 이유는 풍부한 경험을 지닌 우승청부사기 때문이다. 에인트호벤은 박지성이 중앙 미드필더로 팀의 중심을 잡아주길 원하고 있다. 전성기만큼의 스피드는 아니지만, 박지성의 노련한 경기운영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에인트호벤은 지난시즌 103골을 넣을 정도로 공격력에는 문제가 없다. 박지성이 기대만큼 중원과 수비를 이끈다면 에인트호벤의 우승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박지성의 꿈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