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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開口]일본과 걸음마 한국축구, 일희일비 말자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3-07-29 09:55


28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2013 동아시아컵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전반 일본 가키타니에게 선취골을 허용한 한국 정성용 골키퍼가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7.28.

이런 말을 들은지 꽤 된것같다.

"일본축구요. 냉정히 평가하면 우리보다 앞선지 한참 됐지요."

A대표팀 감독 출신을 비롯, 모든 현장 지도자들의 말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잘한단다. 잘못하면 차이가 더 커질수도 있단다.

시스템과 계획의 차이를 언급한다. 일본축구협회(JFA)는 2005년에 'JFA 2005년 선언'을 내놓았다. 2015년까지 JFA가 세계 10위권의 조직으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브라질월드컵에서는 8강을 목표로 삼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50년까지 1000만명의 축구인을 양성하겠단다. 월드컵 제패 계획도 있다. 물론 꿈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10년을 넘어 50년 앞을 보고 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 우승이다.

그동안 과감한 투자를 했다. 2011년 JFA의 지출액은 약 2000억원이었다. 대한축구협회의 두배에 달한다. 뼈를 깎는 개혁도 마다하지 않았다.

말로 하면 입이 아프다. 부러운 시스템이다. 이제는 탈아시아를 외친다. 이미 그들에게 한-일전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28일, 한국이 일본에 졌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013년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1-1인 후반 45분에 가키타니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줬다.

한국(승점 2·2무1패)은 3위에 그쳤다. 안방에서 일본(승점 7·2승1무)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한-일전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이다.


역대전적 40승22무14패는 숫자에 불과하다. 현실은 열세다. 그것도 확실한 열세다.

이번 동아시안컵만 봐도 그렇다. 일본축구의 수준, 우리의 생각 이상이었다. 일본축구의 색깔은 완성도가 높았다. 아기자기한 패싱축구에 누가 뛰어도 녹아들었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체계적인 관리와 계획하에 이뤄진 축구다.

사실 이런 일본축구와 홍명보호를 비교하는 건 무리다. 홍명보호는 이제 첫 걸음마를 뗐다. '한국축구'를 말한 게 얼마되지 않는다. 일본은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다. 우리는 이제 출발선에 섰다. 지금 당장의 결과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자. 일본은 분명 우리보다 한수 위다.

이제 우리의 차례다. 멀리 내다보고, 만들어가야 한다. 홍명보 감독도 "우리는 당장의 결과에 집착한다. 반면 일본은 과정을 중시하며 앞을 내다본다. 그 차이는 크다"고 했었다. 당장의 결과는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목표를 보고 가야 한다. 홍 감독은 목표점을 한국축구라고 했다.

다행히 지금 한국축구는 변화의 출발선에 서 있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졸전, SNS논란 등으로 한껏 몸살을 앓았다.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키를 홍 감독에게 쥐어줬다. 물론 축구협회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지금처럼 하면 안된다. 뼈를 깎는 반성과 노력, 백년대계의 혜안이 필요하다.

한-일전, 우리에게는 경기 이상의 그 무엇이다. 잠실벌에서의 일본 응원단을 보면서 솔직히 '묵사발을 내줬으면'하는 마음을 감출수 없었다. 1대2의 결과가 야속했다. 아쉽기만 했다. 역사를 왜곡하려는 그들이 더 밉기만 했다. 하지만 감정보다 앞서는 게 현실이다. 현실은 수준차다.

이제 간을 봤다. 홍명보호는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숙제도 많이 남겼다. 숙제는 풀어가면 된다. 변화의 조짐만으로도 큰 성과다.

일본에게 졌지만 오늘의 결과다. 내일은 달라질 수 있다. 아니 달라질 것이다. 눈앞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우리의 목표는 타도 일본이 아니다. 더 크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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