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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동아시안컵]극일의 환희, 추억 아닌 역사 되려면?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7-28 10:35


사진캡처=JTBC 방송화면

24전 2승4무18패. 한국 여자 대표팀이 27일 전까지 일본을 상대로 거둔 전적이다.

역사가 바뀌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27일 서울 잠실에서 가진 일본과의 2013년 여자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2대1로 이겼다.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 우승멤버 대부분이 나선 일본이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우려의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멀티골로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한 지소연(고베 아이낙)과 심서연 차연희(이상 고양 대교) 김나래(수원FMC) 등 공수 전반에 걸쳐 포진한 선수들의 놀라운 투혼은 승리로 귀결됐다. 한국전을 두고 "다득점을 노리겠다"고 호언했던 사사키 노리오 일본 대표팀 감독의 콧대를 보기 좋게 꺾었다.

그동안 여자 축구에서만큼은 '숙명의 라이벌'이라는 단어가 무색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랭킹 3위(일본)와 16위(한국)라는 눈에 보이는 지표보다 차이는 뿐만이 아니다. 국내 여자 축구 등록 선수 수가 1400여명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지난해까지 등록선수가 3만6000여명에 달했다. 양적 차이도 확연하다. 7팀에 불과한 WK-리그는 고양 대교와 인천 현대제철 등 일부 구단을 제외하면 언제 해체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팀 사정이 열악하다. 일본 나데시코리그는 초반 과도기를 거쳐 승강제가 자리잡고 평균관중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자생력이 생기고 있다. 독일여자월드컵 우승을 계기로 생긴 '세계 챔피언'이라는 자부심은 일본축구협회(JFA) 차원에서 여자 대표팀 육성 및 지원에 힘쓰게 된 계기가 됐다. 한국도 기회는 있었다. 17세 이하 여자 청소년월드컵 우승, 20세 이하 여자 청소년월드컵 3위의 위업을 쓰며 지원 논의가 불붙듯 일어난 게 불과 3년 전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ㄷ. 여자 대표팀이 소집되어도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테)에 자리를 잡는게 쉽지 않다. 인근 호텔에 투숙하며 버스를 타고 훈련을 다니는 일이 비일비재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일부 선수들은 "우리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똑같은 대표선수다. 왜 남자 축구와 차별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일본전에서 얻은 승리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 핀 꽃과 같다. 북한, 중국전에서 연패를 하며 땅에 떨어진 자신감 속에서도 투혼을 발휘했다. 패스를 앞세운 일본의 공격을 압박과 협력수비로 막아냈다. 역습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공간을 만들며 찬스를 잡아가는 전개 능력 역시 뛰어났다. 넘지 못할 산처럼 보였던 일본을 꺾으면서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 본선행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있었다. 수비진의 순간 집중력과 골 결정력, 체력 등 그간의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점으로 지적됐다. 월드컵 예선 전 문제점을 일찌감치 발견한 것은 다행스럽지만, 남은 시간동안 이를 어떻게 풀어갈 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드러난 여자 대표팀 운영 및 지원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척박한 여자 축구의 현실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승리다. 그러나 한 번의 승리로 차이가 좁혀진 것은 아니다. 승리로 얻은 자신감과 과제를 간직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극일(克日·일본을 넘는다)의 환희가 추억이 아닌 역사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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