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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코비치-김봉길 감독의 재회 '사제에서 적으로'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7-16 08:01



한 때 감독과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사제의 정'을 나눈지 3년이 지난 2013년, 이제 사령탑으로 만나 서로를 향해 창을 겨눠야 하는 운명이 됐다.

김봉길 인천 감독과 페트코비치 경남 감독이 뜻깊은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인천과 경남이 1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를 치른다.

두 감독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 유럽지역예선에서 스페인을 누르고 조 1위로 조국의 본선행을 이끈 '세르비아 영웅'이다. 후덕한 인품의 '덕장'으로 2009년 인천의 감독을 맡아 당시 5연패 중이던 팀의 대반전을 이뤄냈다. 그 해 인천을 K-리그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3년 만에 경남의 사령탑으로 K-리그에 재입성했다. 김 감독은 당시 인천의 코치로 2009년부터 2010년 6월까지 인천의 지휘봉을 잡았던 페트코비치 감독을 보좌했다. 페트코비치 감독과 좋은 추억이 있는 김 감독인만큼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다. 그는 "오랜만에 뵐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이번에 찾아가서 인사를 드릴 생각이다"라고 했다.

1년 6개월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페트코비치 감독은 김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스승이다. 김 감독은 "1년 6개월을 모셨는데 나에게는 아버님 같고 감독님으로 본받을 점이 많으신 분이다. 성품이 온화해 겉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승부사 기질이 있으시다. 축구적인 것 이외에도 인격적인 부분도 많이 배웠다"라며 추억을 떠 올렸다. '봉길매직'이 탄생하기까지 페트코비치 감독이 김 감독에게 자양분을 공급한 셈이다.

코치 시절의 일화도 소개했다. "당시 코치로 선수단에게 소리도 많이 치고 화도 자주 냈다. 하지만 페트코비치 감독님이 나에게 '미스터 김, 최대한 선수들을 편하게 해줘라. 좋은 얘기로 선수들이 알아듣게끔 하는게 좋지 않겠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많이 부여해줘야 한다. 한국 선수들은 훈련에서는 우수한데 경기장에서 위축되거나 자신있는 플레이를 못한다. 화내기 보다 좋은 말로 잘 할 수 있게 이끄는게 중요하다'라고 하셨다. 그 이후 많은 생각이 바뀌었다." 인천 선수들이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꼽은 김 감독의 '믿음 축구'가 이때부터 시작됐다.

3년 만에 재회를 앞둔 김 감독은 "전혀 변하신 것이 없다. 외모는 물론 축구에 대한 열정도 여전하시다"며 스승에 대한 존경을 표했지만 승부의 세계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훌륭하신 분을 다시 만나게 돼서 기분이 좋다. 그렇지만 승부에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승부는 승부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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