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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도 없고, 중원도 무너지고', FC서울 최대 분수령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7-02 08:02



부상은 숙명이다.

그러나 딴 세상 얘기인 듯 잘 비켜갔다. 선수단 관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난해 K-리그를 제패했다.

그 선물로 올시즌 3개 리그를 병행하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는 K-리그 클래식 팀 중 유일하게 8강에 올랐다. FA컵은 16강전이 기다리고 있다. 38라운드를 치러야 하는 클래식은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어느덧 15라운드를 소화했다.

하지만 상승기류를 타야할 시점에 FC서울이 탈이 났다. 주포 데얀이 왼쪽 종아리, 중원의 핵인 하대성과 고명진이 왼발목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 30일 울산전에는 데얀과 고명진이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대성이 고군분투했지만 설상가상 경기 종료 직전 왼발목을 접질렀다.

클래식에서는 유독 항해가 쉽지 않다. 수준 높은 경기력과 결과는 따로 놀았다. 8경기 만에 첫 승을 챙겼다. 이후 4승1무1패로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부상 암초를 만나 위기에 몰렸다. 울산에 0대2로 패하며 이들의 공백을 실감했다. 9위(승점 20)로 다시 떨어졌다. 그룹A 잔류 커트라인은 7위다. 두 개의 리그로 분리되기 전까지는 11라운드가 더 남았지만 살벌한 순위 경쟁의 연속이라 안심할 수 없다.

쉼표도 없다. 서울은 3일 선두 포항(승점 29)과 원정에서 맞닥뜨린다. 포항도 지난 29일 인천에 1대2로 패해 갈 길이 바쁘다. 2위 울산(승점 27)과의 승점 차는 불과 2점이다. 서울도 부상 탓을 할 여유가 없다. 연패에 빠지면 그룹B로 추락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포항전에서도 데얀과 하대성 고명진의 출전이 불투명하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풀 수 없다. 키는 최용수 감독이 쥐고 있다. 그의 리더십에 따라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해법은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최 감독은 동계전지훈련 기간 중 플랜 B와 C 등 다각적인 방안을 연구했다. 보따리를 풀어야 한다. 울산전에선 기존 선수들로 한계가 있었다. 에스쿠데로와 몰리나, 투톱의 칼날은 무뎠다. 중원의 볼배급 능력과 측면의 과감성도 떨어졌다. 수비라인도 중심을 잡지 못했다.


혹서기, 체력이 바닥날 시점이다. 뉴페이스들에게 과감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 데얀의 빈자리는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김현성이 메울 수 있다. 그는 그동안 데얀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조커가 그의 역할이었다. 충분한 출전시간이 보장되면 달라질 수 있다. 중원의 경우 이상협을 활용할 수 있다. 올시즌 서울에 둥지를 튼 그는 ACL과 FA컵에서 2경기 출전에 그쳤다. 정규리그에서는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제2의 하대성'으로 불릴 정도로 축구 지능과 패싱력이 뛰어나다. 몇몇 얼굴의 변화만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제2, 3의 옵셥이 될 수 있다.

골지역에서 해결사가 없는 점도 털어내야 한다. 자원보다 전략의 문제다. 서울은 문전에서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다. 때론 중거리 슈팅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아껴도 너무 아끼는 경향이 있다. 중거리 슈팅 한방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수비라인도 분산시킬 수 있다. 중거리 슈팅에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위기에서 팀은 더 단단해 질 수 있다. 최 감독은 울산전 직후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올시즌 최대 분수령을 맞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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