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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한 맺힌' 플레이, 칭찬받아 마땅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3-04 10:03 | 최종수정 2013-03-04 13:46


ⓒ QPR 트위터 캡처.

레미의 중거리 슈팅이 바운드 돼 상대 골키퍼로 향했을 때, 모두가 정지된 화면처럼 멈춰있는 동안 볼이 완전히 품에 안기지 않았음을 확인한 박지성이 끝가지 따라가던 모습, 그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 경기였다. FA컵 MK돈스전에서 레드납 감독으로부터 수위 높은 공개 비판까지 받은 뒤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며, 본인의 축구 인생에서 38427번째 '위기설'과 마주하고 있었던 박지성은 이번 사우스햄튼전 선발 출격을 통해 그동안 묵묵히 준비해온 것들을 보여주었다. 1월 중순 토트넘전 풀타임 이후, 웨스트햄전 8분-맨시티전 1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던 그의 '한 맺힌' 플레이에는 결승골 도움, 그 이상의 값진 것들이 녹아있었다.

오랜만에 등장한 박지성, 폼은 어땠나.

사우스햄튼 원정을 떠난 레드납 감독은 최전방에 보스로이드를, 그리고 양옆에 호일렛과 레미를 배치했으며, 그 아래에는 역삼각형 모양의 중원 조합을 꾸렸다. 음비아를 아래에 두고 그 위에 박지성-그라네로를 받친 형태는 숫자상으로 4-3-3과 4-1-4-1의 혼용에 가까웠다. '팀 내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큰 관건은 그 무엇보다도 이 선수의 현재 몸 상태. 그 비교 대상을 세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텐데, 그 대상을 한창때의 전성기로 잡으면 아직 성에 차지 않았을지 몰라도, 이번 시즌에도 시련을 안겨준 무릎 부상에서 막 복귀했을 때와 놓고 보자면 몸놀림 면에서 확실히 나아진 모습이었다.

수비적 공헌도에 공격적인 활용도까지 증명.

세자르가 여느 때에 비해 조금은 덜 눈에 띄었다는 것, 그만큼 수비가 안정됐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 부분이라면 클린트힐-삼바의 중앙 수비 조합 앞에서 부지런히 움직였던 박지성의 공헌도 상당히 컸다는 생각이다. 수비 시 팀이 필요로 하는 위치에 어김없이 자리했던 박지성은 볼을 예측하는 커팅력은 물론 '명품'이라는 수식어구가 아깝지 않은 깔끔한 태클까지 선보였다. 여기에 전성기를 떠오르게 했던 활동량으로 때로는 전방으로 올라가 상대의 숨통을 조이며 후방 플레이 메이킹을 방해했으니, 그 성과가 상당히 높았던 셈. QPR 중원 자원 중 이 정도의 수비적 공헌도를 보이며 팀에 안정을 기할 선수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본래 장점의 '수비력'을 더없이 두드러지게 한 원동력이었던 '적극성'과 '활발함', 이는 공격 시에도 톡톡히 빛을 봤다. 원톱 아래 함께 배치된 박지성-그라네로의 패스 줄기가 뚜렷했던 경기라고 보기엔 아쉬움이 있었고, 후반 들어 상대가 살아날수록 QPR의 흐름이 꺾여가며 수비적 부담이 늘어났던 게 사실이다. 이윽고 레드납 감독은 그라네로 대신 제나스를 사우스햄튼 공략의 선택지로 택했는데, 정답은 박지성의 적극적이면서도 깔끔한 태클에서 나왔다. 상대 수비 요시다와의 경합에서 끝까지 따라가 볼을 따냈고, 보스로이드의 입까지 친히 수저를 들이밀어 줬던 박지성의 크로스는 두 달 만에 QPR의 무승 고리를 끊어낸 핵심 요소였다.

'희망 고문'에서 '희망'으로. QPR 생존은 현재 진행 중.

겉만 놓고 봤을 때, 순위 뒤집기를 통한 1부 리그 잔류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엉망진창이 돼버린 속이 문제였다. 중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는 조금씩 위협을 가하기도 했던 타랍이라며 위안삼아야 할 때도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진 그의 개인기 경연은 상대 수비가 아닌 지켜보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재주가 있었고, QPR의 강등은 이미 '과거형'이 된 듯했다. 하지만 이번 사우스햄튼전의 내용과 결과가 절벽으로 떨어지던 QPR에 또다시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아니었나 싶다. '희망 고문'과 같았던 승점 차가 3~4점대까지 좁혀져 '희망'으로 변했으니 말이다. 그들의 생존 문제도 아직은 '현재 진행 중'이다.


스완지-맨유전 2연패는 QPR 형편상 어쩌면 이미 예견된 패배였다. 하지만 앞으로 한 달간 만날 팀들은 다르다. 선더랜드-애스턴빌라-풀럼-위건전, 쉽게 볼 수는 없지만 이번 승리처럼 '팀플레이'가 근간이 된 경기 내용이라면 기적 같은 뒤집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제발 한국인이면 박지성 응원합시다'까지는 아니라도 2군 경기 출전에 '굴욕'이라며, 아니면 이번 활약에 대해 '고작 한 경기'라며 부정적인 해석을 내놓기보다는 진심 어린 칭찬과 격려 한 마디는 어떨까. "모두가 지성을 의심했지만, 나는 절대 그러지 않았어요."라던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의 트위터 내용이 무척이나 깊게 와 닿는 때다.<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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