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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PR 겨울 폭풍영입, 박지성 부활의 실마리됐다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3-04 09:56 | 최종수정 2013-03-04 13:45


사진=TOPIC/Splash News

지난 겨울 이적시즌 퀸즈파크 레인저스(QPR)가 강등권 탈출의 사활을 걸고 거액의 돈을 들여 여러 선수들을 영입하자 상당수의 언론들은 이 같은 '폭풍 영입'이 입지가 불안해진 박지성에게 재앙과도 같은 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QPR은 겨울 이적시즌에 최전방 공격수인 레미를 프랑스 마르세유로부터 불러들인 것을 비롯해 대형 중앙수비수 삼바, 런던 올림픽 동메달 주역 윤석영, 그리고 해리 레드냅 감독이 토트넘 홋스퍼 사령탑 시절 제자였던 제나스와 타운젠드 등을 영입했다.

이에 대해 레드냅 감독은 당시 인터뷰에서 상당한 만족감을 드러낸바 있다.

겨울 이적시즌이 마감되자 레드냅 감독은 자신이 영입한 선수들을 중용하는 한편, 타랍, 마키 등 기존 선수들 가운데 주전급 선수들은 그대로 공격의 선봉에 세웠고, 이 같은 스쿼드는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박지성은 벤치로 밀려나 철저하게 레드냅 감독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특히 지난 1월 27일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한 3부리그 팀 MK돈스와의 FA컵 경기에서 팀이 2-4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을 당시 박지성이 후반 경기 도중 팬들의 야유 속에 교체되고 경기 직후 레드냅 감독이 인터뷰에서 박지성의 이름이 포함된 몇몇 팀내 고연봉 선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을 가하자 박지성의 위기론은 그대로 실체가 있는 사실이 되고 말았다.

이를 두고 미국의 한 축구전문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QPR 입단이 확정된 윤석영이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워크퍼밋을 받음에 따라 완벽한 마케팅 대체재를 가지게 됐다"며 윤석영을 박지성의 대체자로 규정했다.

그는 이어 "박지성은 분명 좋은 실력을 가졌고 모두가 신뢰할 만한 플레이어였지만 QPR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후로 뭔가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었다"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할 때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을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제 아무리 불굴의 박지성이라 해도 커리어의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 아직 31살에 불과하지만 나는 이 두 견해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언급 박지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박지성의 추락을 지정사실화 했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맨유에게 완패를 당하는 와중에도 박지성을 끝내 외면한 레드냅 감독의 선택을 놓고 볼 때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모처럼만에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자신을 둘러싼 언론의 전망이 모두 틀렸음을 단박에 증명해냈다.

3일 사우스햄튼과의 리그 28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출전한 박지성은 그라네로와 함께 공격형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됐다. 팀 동료인 음비아에게 수비형 미드필더의 보직이 주어졌지만 박지성은 경기 초반 공격 가담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수비 안정을 바탕으로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맨유 시절 바르셀로나의 메시와 AC밀란의 피를로를 꼼짝 못하게 했던 박지성의 플레이는 이날 그대로 재현됐다. 자신에게 붙여진 '모기'라는 별명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결국 박지성의 안정된 공수조율 속에 QPR은 '영입파' 레미의 선제골과 오랜 만에 선발출전의 기회를 잡은 공격수 보스로이드의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두고 승점 3점을 따냈다.

특히 박지성은 후반 32분 보스로이드의 결승골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후방에서 연결된 패스가 다소 길어 상대 수비인 요시다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높았던 공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쫓아가 슬라이등 경합을 통해 공을 빼낸 뒤 곧바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 지체없이 문전쇄도하던 보스로이드를 향해 크로스 연결을 시도했고, 이 공을 보스로이드가 가볍게 발에 갖다 맞히며 결승골을 터뜨린 것.

박지성의 진가가 단 몇 초간 벌어진 이 플레이 하나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보스로이드의 결승골이 터진 이후 QPR은 인저리 타임 6분을 포함해 20분 가까운 시간동안 사우스햄튼의 강력한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주전 골키퍼 세자르가 문전에서 상대 공격수와 충돌해 교체 아웃되는 위기를 맞았지만 '영입파' 수비수 삼바의 든든한 수비를 바탕으로 끝까지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영입파인 레미와 삼바는 결과적으로 이날의 승리를 만들고 지켜냈다. 이들의 존재는 박지성으로 하여금 올시즌 사실상 처음으로 축구다운 축구를 할 수 있게 해줬다.

앞으로 윤석영이 본격적으로 경기에 투입될 경우 박지성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QPR의 앞날은 이날 사우스햄튼전 승리를 기점으로 대반전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QPR의 겨울 폭풍 영입은 박지성에게 재앙이 아닌 극적인 부활의 실마리였다.<임재훈 객원기자, 스포토픽(http://www.sportopic.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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