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무공해'vs'닥공' 공격력 점검, 어디가 강했나?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2-27 23:27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K-리그 클래식의 초대 우승 후보 '투톱'이 2013시즌의 첫 문을 열었다.

FC서울과 전북 현대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26일 나란히 출격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1차전에서 두 팀의 전력이 베일을 벗었다. 희비가 엇갈렸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보인 행보와 달리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서울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E조 1차전에서 중국 장쑤 순텐을 5대1로 대파했다. 전북은 태국 무앙통 원정에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북과 서울은 각각 '닥공(닥치고 공격)'과 '무공해(무조건 공격해)'를 내세우며 '공격 축구'를 추구하는 팀이다. ACL 1차전을 통해 두 팀의 전력을 비교해봤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단 한명을 영입하는데 그친 '무공해'가 주전급 선수 8명을 싹쓸이한 '닥공'을 압도했다. 서울에는 따뜻한 '봄'이 왔고 전북에는 여전히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업그레이드 된 '무공해'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콤비' 데얀과 몰리나는 '명불허전'이었다. '데몰리션(데얀+몰리나)'은 장쑤전에서 3골-1도움을 합작했다. 데몰리션이 건재한 서울의 공격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최용수 감독은 안정적인 4-3-3 시스템을 접고 4-4-2 카드를 꺼내들었다. 변화의 키는 올시즌 서울의 유일한 영입자원 윤일록이 쥐었다. 에스쿠데로와 데얀이 투톱을 형성한 가운데 왼쪽 날개에 윤일록이 포진했다. 이적한지 두 달여 만에 팀 전술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2골을 넣으며 서울의 신형 날개로 손색없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측면 공격과 중원의 연쇄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쉴새 없이 측면과 중원을 오가는 그의 활동량과 스피드, 날카로운 공간 침투에 서울이 비상했다. 패싱축구는 한결 간결해졌고 스피드를 더했다. '데몰리션' 수비에 집중했던 장쑤는 '듣도 보지도 못한' 윤일록에게 뒷통수를 맞았다. ACL 첫 출전, 첫 경기에서 1대5의 암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윤일록 덕분에 '데몰리션'의 파워는 배가 됐다. 윤일록이 좌우를 흔들면 문전에서 에스쿠데로가 몸싸움을 벌여주고 데얀과 몰리나가 빈 공간에서 슈팅을 하는 공격 '톱니바퀴'가 완성됐다. 좌우측 윙백 아디와 고요한의 오버래핑도 한층 위력적이었고, 중앙수비 김진규와 김주영, 수문장 김용대도 견고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우리 팀의 강점은 데몰리션 콤비와 국내 선수들의 조화였다. 탄탄한 조직력과 공격과 수비를 하는 팀워크가 전지훈련을 통해 더 단단해졌다. 시간과 땀을 쏟았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넘쳤고, 나 또한 기대가 된다"고 했다.

덜 여문 '닥공'

전북은 무앙통전에 '뉴페이스 공격수' 네 명을 실험했다. 선발 출전 기회는 송제헌이 잡았다. '닥공'의 꼭짓점에는 이동국이 포진했다. 경기 초반 서상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이동국이 마무리하면서 좋은 흐름을 탔다. 시간이 흐를 수록 전북의 '닥공'은 무뎌졌다. 파비오 감독 대행은 후반에 공격수 케빈과 이승기, 박희도를 잇따라 투입하며 공격력 강화를 노렸다. '닥공 시즌 3'의 중심인 이동국과 케빈의 투톱이 첫 선을 보였다. 효과는 있었다. 제공권이 한층 강화됐다. 케빈은 이승기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으며 데뷔골을 신고했다. 케빈 이승기 등 개개인의 힘은 분명 느껴졌다. 케빈의 머리를 노리는 전술도 통했다. 이승기의 활약도 돋보였다.

그러나 제공권은 '양날의 검'이었다. 긴 패스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 이어졌다. 간결한 패스로 아기자기한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짧은 전지훈련으로 완성되기 쉽지 않다. 한 두해 호흡을 맞춘 뒤 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전북은 지난해 수비가 무너지며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다. 큰 교훈이 됐다. 올시즌 '닥수(닥치고 수비)'를 꺼내들었다. 중앙 수비수 정인환, 수비형 미드필더 정 혁, 풀백 이규로로 수비력을 보강했다. 세 명은 무앙통전에서 풀타임 활약했다.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좌우측 풀백-중앙 미드필더와의 호흡이 엇박자를 냈다. 유기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다. 상대 공격수를 마크하는데 구멍이 생겼다. 전북은 2-1로 앞선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점 1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올시즌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수혈하며 '업그레이드 닥공+닥수'를 선보이려던 전북은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떠 안게 됐다. 파비오 감독 대행은 "상대의 선 수비 후 공격 전술과 거친 경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홈에서는 전원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겠다"고 했다.

2013시즌의 첫 경기에서 선보인 전력이 한 경기의 결과일지, 올시즌 내내 지속될 지 지켜볼 일이다. 곧 K-리그 클래식의 막이 열린다. 서울은 2일 안방에서 FA컵 우승팀 포항을 상대한다. 전북의 개막전은 3일 대전 원정경기다. 올시즌 우승후보로 꼽히는 두 팀의 '업그레이드'된 공격력을 살펴보자. K-리그 클래식의 주요 관전포인트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