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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을 무기력하게 만든 베이징의 몽니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2-27 21:30


땅덩이가 큰 나라라 그런지 스케일은 컸다. 어찌 보면 자신들의 스케일에 비하면 작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외적인 스케일만 컸을 뿐이었다. 마음을 담는 그릇은 너무도 작았다. 상대팀에 대한 예의를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

포항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을 위해 한국에 온 베이징 궈안 이야기다. 베이징은 경기를 사흘 앞둔 24일 입국했다. 숙소는 포항공대 국제관이었다. 통상적으로 원정팀의 숙소는 홈팀이 마련한다. 연고 지역 내 가장 좋은 숙박시설을 내준다. 포항공대 국제관은 포항의 모기업이 포스코가 마련한 숙박시설이다. 깔끔하고 기반 시설들이 잘 되어 있다. 4~5성급 호텔 수준이다. 포항 시내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 특급호텔이 하나 밖에 없는 포항으로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상대팀들에게 국제관을 내주고 있다.

베이징은 숙소 방이 너무 작다고 불평을 쏟아냈다. 대체적으로 중국의 호텔들은 땅덩이만큼 방이 크다. 넓고 화려한 방에 익숙했던 베이징으로서는 국제관의 방이 한없이 작아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베이징을 위해 포항은 훈련장 여러 군데를 제시했다. 베이징은 이 가운데 경주공설운동장을 선택했다. 그래놓고는 잔디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경주공설운동장이나 포항이 쓰는 송라클럽하우스나 잔디 상태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몽니였다. 이제껏 포항에 내려와서 숙소 방이 작다고 불평한 팀은 없었다. 중국팀들조차도 숙소에 만족했다. 훈련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곳을 제공했다.

베이징의 억지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베이징은 포항과 악연이다. 포항은 2010년 2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동계전지훈련 중 베이징과 연습 경기를 가졌다. 베이징 선수들은 거친 플레이로 일관했다. 일본인 심판의 경기 운영은 미숙했다. 양 팀 선수들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모따가 베이징 선수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 일부 선수는 앉아있던 철제 의자까지 들고나와 포항 선수들을 가격하려 했다. 양팀 코칭 스태프들이 말리면서 상황은 끝났지만 양 팀 사이에는 앙금이 남았다. 당시를 기억하는 베이징으로서는 억지를 부리면서까지 기선을 제압하고자 했다.

베이징의 억지는 27일 경기 중에도 이어졌다. 거친 태클이 난무했다. 게론 멘데스는 포항의 페널티 지역 안에서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는 고의적으로 드러누우며 시간을 끌었다. 포항은 베이징을 압도했지만 묘하게 흐름이 말렸다. 결국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홈에서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포항과 베이징은 역시 악연이었다.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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