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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축구 1번가' FC안양 부활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2-03 14:02


K-리그 FC안양이 2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창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2013년 2월 2일, '축구 1번가'가 부활했다.

K-리그 FC안양의 창단식이 열리기 한 시간 전부터 안양체육관 주변에 모인 대규모의 'A.S.U 레드' 안양 서포터스들은 새 엠블럼이 그려진 깃발을 흔들며 '안양'을 힘차게 외쳤다.

창단식이 공교롭게도 9년 전 '그 날'과 맞물렸다. 안양 축구 팬들이 억울함에 목놓아 울던 날이었다. 2004년 2월 2일, 안양을 연고로 한 LG치타스(현 FC서울)가 서울로 연고 이전을 결정한 날이었다. 결코 의도된 스케즐은 아니었다. 최대호 안양시장 겸 구단주가 시와 시의회의 일정을 고려해 주말로 일정을 확정한 뒤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식사 자리에서 안양 축구가 버림받은 날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만큼 많은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는 FC안양의 탄생은 뭔가 특별했고 의미있었다.


이우형 FC안양 감독.
안양 축구 열기·FC서울에 대한 분노 '상상 이상'

창단식이 끝난 뒤 30년 간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안기헌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 동안 많은 축구단 창단식을 가봤지만, 이렇게 성대하고 열기가 뜨거운 창단식은 처음 본다." 빈 말이 아니었다. 이날 안양 시민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9년의 기다림 끝에 받은 선물에 싱글벙글이었다. 약 6500명의 시민들이 안양체육관을 꽉 채웠다. 체육관 로비에는 시즌 티켓을 살 수 있는 부스가 마련됐다. 너도나도 FC안양의 일원이 되겠다는 이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았다. 마음 한켠에 진 응어리를 털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FC서울에 대한 안양 시민들의 분노는 '상상 이상'이었다. FC안양 프런트부터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경품 응모권 절단선에 치타의 그림을 넣었다. 응모권이 절단될 때 치타의 그림이 반으로 갈리게 의도했다. 안양의 한 관계자는 "FC안양과 LG치타스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우형 FC안양 감독도 기발한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선수단 소개 시간에 이 감독은 "FC서울 감독 이우형입니다"라고 얘기했다. 안양 시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감독은 "FC서울에 대한 팬들의 배신감과 아픔을 알고 이런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몸소 느껴보니 반응이 대단했다. 빠른 시일 내에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돼 FC서울을 격파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겠다"고 해명했다.


남궁도
스토리텔링, '지지대더비' 부활 의지

결국 '스토리'다. K-리그가 팬들에게 더 사랑받을 수 있는 콘텐츠로 거듭나기 위해선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FC안양의 창단식에는 스토리가 있었다. K-리그 더비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안양-수원의 '지지대 더비' 부활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지지대 더비'는 수원시와 안양시의 경계에 위치한 국도 제1호선의 지지대 고개에서 유래됐다. 이날 창단식에는 전현직 수원 삼성의 감독과 프런트들이 참석했다. 김 호 전 수원 감독, 안기헌 연맹 사무총장, 최원창 현 수원 홍보팀장 등이 초대됐다. 최 팀장은 "안양이 창단 경기를 수원과 했으면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질텐데 수원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원정길에 오르는 바람에 아쉽게 계획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오근영 FC안양 단장도 '지지대더비'의 산증인이다. 오 단장은 수원의 창단부터 지난해까지 구단 핵심 프런트로 일해왔다. 그는 "당시 더비가 끝나고 유혈사태도 일어나기도 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안양맨'이 돼 보니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수원 시절부터 평생을 FC서울과 라이벌로 살게 됐다"며 웃었다. 창단식에서야 영입이 발표된 남궁도도 선수들의 의지를 전했다. 남궁도는 "FC서울 선수들을 꺾고 싶다는 의욕들이 넘친다. 내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팀이 공교롭게도 안양이었다. 1부, 2부 리그가 아닌 팀만 생각했다. 간판 스타가 돼 부담스럽지만 주장을 도와 선수들을 잘 다독일 것"이라고 했다.

안양=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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