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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8강 싸움, 감독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8-12 21:13


최진한 경남 감독.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8.08/

"인터뷰 안하면 안됩니까?"

1대1로 비긴 대전과 경남의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27라운드.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최진한 경남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는 뜻밖의 말을 했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8강 진입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대전과의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내 다시 인터뷰가 재개됐지만, 그가 얼마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스플릿시스템은 K-리그의 지형도를 바꿨다. 올시즌 K-리그는 포스트시즌이 사라졌다. 대신 1~30라운드까지 16개팀이 홈앤드어웨이로 경기를 치른 후 1~8위 8개팀이 그룹A, 9~16위 8개팀이 그룹B에 포진하는 스플릿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그룹A에서 우승팀이 결정되고, 그룹B의 두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된다.

일단 모든 팀의 목표는 8위권 진입이다. 하위권팀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서울, 전북, 수원, 울산 등 우승후보들도 시즌 개막 전에는 8위권 진입을 첫번째 목표로 했다. 하부리그로의 추락은 우승 경쟁에서 밀림과 동시에 강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기 때문이다. 시즌이 지나며 어느정도 순위표의 윤곽이 나왔다. 예상대로 우승후보들이 선두권에 포진한 가운데, 8위권 언저리에 있는 팀들의 싸움이 치열하다. 사선에 위치한 대구, 경남, 인천이 매경기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경기에 따라 순위표가 바뀐다.

경기 전 만난 최 감독은 피가 마르는 표정이었다. 그는 취재진에게 "울산에 속한 대표 선수들이 이번 경기에 뛰냐"고 물었다. 경남에 승점 2점 차로 8위에 위치한 대구가 울산과 맞붙기 때문이다. 라이벌팀의 결과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눈치였다. 최 감독은 "8위에 진입하느냐 못하냐는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9위가 그룹B에 맨처음에 자리잡는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매경기 결승전과 다름없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고 결의를 보였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경남은 전반 15분 대전 수비수 이정열이 백패스한 볼을 가로챈 윤일록이 돌파 후 멋진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첫 골 후 경남은 대전의 투지넘치는 공격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대전은 후반 20분 코너킥서 경남 수비수 정다훤의 핸드볼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페널티킥을 얻은 김태연이 직접 키커로 나와 골로 성공시켰다. 골대를 두번이나 맞힌 대전이 결정력만 좋았다면 경남이 패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갈길 바쁜 경남은 9위(승점 34·10승4무13패)에 머물렀다. 최 감독은 "3~4일 간격으로 일정이 이어지다보니 선수들이 피곤한 것 같다. 남은 기간 준비를 잘해서 꼭 8강에 가겠다"고 했다.

한편, 대구는 후반 44분 송제헌의 극적인 동점골로 울산과 1대1로 비겼다. 대구는 경남과 2점차 8위(승점 36·9승9무9패)를 유지했다. 인천은 강원에 2대0 승리를 거두고 승점 33점(8승9무10패)을 확보하며 8위 싸움에 합류했다. 포항은 난타전 끝에 '제철가 형제' 전남에 4대3 승리를 거뒀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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