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롱이'라는 별명이 무색한 나이다. 활약은 유효하다.
국내에서 이영표만큼 여러 리그를 거친 선수도 드물다. 특이한 점은 모두 이적 후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했다는 것이다. K-리그 안양LG(현 서울) 시절부터 밴쿠버까지 이런 모습에 변함이 없다. 모든 리그가 다른 환경과 명성을 갖고 있었다. 적응부터 주전경쟁까지 과제가 넘쳤다. 이럼에도 감독들은 이영표를 주전으로 꼽았다. 어떤 리그든 곧바로 자리를 잡는, '흐르는 물'과 같은 선수다.
탁월한 몸관리가 '롱 런'의 첫번째 비결로 꼽힌다. 절제의 방법을 일찌감치 터득했다. 독실한 신앙의 힘이 컸다. 이영표의 에이전트사인 지쎈 측은 "이영표 같이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고 축구만 생각하는 선수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다"라고 말한다. 겸손함도 빼놓을 수 없다. 이영표와 발을 맞춰 본 동료들은 "배우겠다는 자세로 먼저 다가오는 이영표에 감명을 받는다"고 한다. 유럽 리그를 거치면서 쌓은 풍부한 경험에도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폐쇄적인 환경으로 외국인 선수들이 쉽게 적응하기 힘든 사우디리그에서도 두 시즌 연속 리그 풀타임 출전 기록을 세운 원동력이 됐다. 마지막으로 다른 포지션에 비해 체력부담이 적은 '수비'를 주 임무로 맡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중앙수비수에 비해 좀 더 뛰어야 하는 풀백 자리에 서지만, 주 임무는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되어 있다. 노련미까지 더해지면서 체력저하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익혔다.
MLS는 이영표가 축구인생의 종착지로 꼽은 무대다. 축구행정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택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조건을 걸었다. 적지 않은 나이 탓에 은퇴를 고민해야 할 시기지만, 현재와 같은 모습이라면 2~3년 더 활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