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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형 MF' VS '수비형 MF' 구자철, 해답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4-23 10:52 | 최종수정 2012-04-23 10:54


사진캡처=아우크스부르크 홈페이지

구자철의 베스트 포지션은 어디일까.

22일(한국시각)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SGL 아레나에서 열린 2011~201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33라운드 샬케04와의 경기(1대1 무)가 대답의 힌트가 될 수 있겠다. 이 경기서 구자철은 전반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후반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구자철이지만 활약도는 극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자철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사실 구자철의 포지션 논란은 지난해 1월 독일 분데스리가로 이적한 이래 계속돼 왔다. 펠릭스 마가트 볼프스부르크 감독의 결정이 기름을 부엇다. 마가트 감독은 '멀티플레이' 기질이 있는 구자철은 측면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섀도 스트라이커 등에 기용했다. 구자철은 무난한 활약을 펼쳤지만, 최고의 모습을 보이지는 못했다. 1월 이적시장에서 전격적으로 아우크스부르크 임대행을 택한 것은 본래 포지션에서 뛰고 싶다는 구자철의 의지 때문이었다. 구자철은 요스 루후카이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프리롤(FREE ROLE)로 활약하며 12경기 동안 4골을 기록했다. 카타르아시안컵을 통해 검증된 공격 재능이 분데스리가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러나 구자철은 여전히 자신이 수비형 미드필더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겸손하고 헌신적인 그답게 팀이 원하는 포지션이라면 어디든 뛸 수 있다는 의사를 나타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자리잡고 있다. 구자철은 얼마전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카타르아시안컵 이후에는 경기를 잘하고도 골을 넣지 못하면 부진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여전히 경기를 조율하고 패스를 해주는 역할이 더 편하다"고 했다. 그러나 본인의 바람과는 달리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가진다.

샬케전 후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구자철은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 자체가 눈에 띄기 어렵지만, 수비 커버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거친 분데스리가에서 터프함이 필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살아남기에는 2%로 부족한 모습이었다. 샬케의 수비형 미드필더 존스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수비가 벅차니 장점인 공격전개를 보일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오히려 구자철의 파트너였던 호소가이와 바이어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전반전에서는 확실한 무게감이 있었다. 전반 6분 랑캄프의 선제골을 연결한 코너킥은 구자철의 과감한 침투에 의한 슈팅에서 시작됐다. 구자철은 적절한 패스로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리듬을 주도했다. 물러나서 하는 수비보다 전진 압박하는 수비에서 더 큰 힘을 발휘했다. 구자철이 공격적으로 임한 전반에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진이 더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택은 감독과 구자철의 몫이다. 구자철은 어느 포지션이든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축구는 멀티플레이보다는 스페셜리스트가 더 각광을 받는다. 전장같은 유럽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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