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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운명, 맨체스터 더비서 최후의 승자 갈린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2-04-23 09:53 | 최종수정 2012-04-23 09:53


사진캡처=맨시티 홈페이지

얄궂은 운명이다.

맨유와 맨시티는 맨체스터의 주인 자리를 두고 으르렁 거렸다. 한쪽에서는 '맨유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고, 한쪽에서는 '시끄러운 이웃'이라고 받아쳤다. 공생할 수 없는 두 팀이었다. 시즌 중반까지 강력한 공격력을 앞세운 맨시티가 웃었고, 시즌 후반에는 꾸준히 승점을 쌓아온 맨유가 웃었다. 1일(한국시각) 맞대결에서 최후의 승자가 결정된다.

기가 막힌 일정이 완성된 것은 35라운드 경기 결과 때문이다. 맨유는 22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에버턴과의 경기에서 4대4 무승부를 기록했다. 올시즌 최고의 경기라 할만큼 치열한 승부였다. 뜻하지 않은 무승부에 맨유 선수들은 경기 후 고개를 숙였다. 3시간 30분 뒤 맨시티는 울버햄턴 몰리녹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울버햄턴 원정경기에서 2대0 완승을 거뒀다. 우승 가능성의 끈을 놓는 순간 의외의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맨유는 승점 83(26승5무4패·골득실 +54), 맨시티는 승점 80(25승5무5패·골득실 +60)을 기록했다. 맨유와 맨시티의 승점차는 불과 3점이다. 골득실에서 맨시티가 앞서고 있기 때문에 맨시티가 승리한다면 순위가 뒤바뀌게 된다. 비록 2경기가 남아있지만, '더비라이벌전'이 주는 심리적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이 한판으로 우승팀이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 결과에 대한 양 팀 감독의 반응은 상반된다. 불같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차가운 로베르토 만치니 맨시티 감독의 평소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퍼거슨 감독은 "우리가 오늘 이기지 못하며 맨시티에게 우승 기회를 줬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만치니 감독은 "맨유만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우승은 맨시티의 손에 달린 일이 아니다. 우리는 맨유보다 3점이 적다"며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맨체스터 더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입을 모았다. 퍼거슨 감독은 "이제 맨시티 원정은 엄청 중요한 경기가 됐다. 사실상 올 시즌 우승 결정전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벼랑 끝까지 온만큼 양팀의 전력에 대해 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맨유는 지난해 10월 맨시티에 1대6 완패를 당했던 그 팀이 아니다. 젊은 선수들은 이기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했고, 부상자들도 대부분 복귀했다. 맨시티는 중반 흔들렸지만 카를로스 테베스 복귀 뒤 짜임새를 더하고 있다. 오히려 우승 가능성을 포기한 뒤 예전의 강력함을 되찾는 모습이다. 양 팀의 주포 웨인 루니와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모두 지난 경기에서 골맛을 보며 충분한 예열이 된 상태다. 미드필드와 수비진도 별 다른 누수가 없다. 여기에 두 팀 모두 유럽 대항전에서 탈락해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까지 주어졌다.

최후의, 최고의 경기를 위한 모든 준비는 완료됐다. 1일 오전 4시 맨체스터 이티하드 스타디움에 모든 축구팬들의 눈과 귀가 모아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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