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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운명이다.
경기 결과에 대한 양 팀 감독의 반응은 상반된다. 불같은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차가운 로베르토 만치니 맨시티 감독의 평소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퍼거슨 감독은 "우리가 오늘 이기지 못하며 맨시티에게 우승 기회를 줬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만치니 감독은 "맨유만이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우승은 맨시티의 손에 달린 일이 아니다. 우리는 맨유보다 3점이 적다"며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맨체스터 더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입을 모았다. 퍼거슨 감독은 "이제 맨시티 원정은 엄청 중요한 경기가 됐다. 사실상 올 시즌 우승 결정전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벼랑 끝까지 온만큼 양팀의 전력에 대해 논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맨유는 지난해 10월 맨시티에 1대6 완패를 당했던 그 팀이 아니다. 젊은 선수들은 이기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했고, 부상자들도 대부분 복귀했다. 맨시티는 중반 흔들렸지만 카를로스 테베스 복귀 뒤 짜임새를 더하고 있다. 오히려 우승 가능성을 포기한 뒤 예전의 강력함을 되찾는 모습이다. 양 팀의 주포 웨인 루니와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모두 지난 경기에서 골맛을 보며 충분한 예열이 된 상태다. 미드필드와 수비진도 별 다른 누수가 없다. 여기에 두 팀 모두 유럽 대항전에서 탈락해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까지 주어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