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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복이의 멀티골과 골 세리머니 숨은 뒷이야기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4-23 14:34 | 최종수정 2012-04-23 14:35


광주FC 외국인선수 복이가 22일 성남전에서 전반 25분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헤딩슛을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광주FC

K-리그 최초로 2m 시대를 연 광주FC의 외국인선수 복이(2m1). 드디어 그의 높이가 빛을 발하는 듯하다. 22일 성남전(2대4 패)에서 멀티골을 작렬시켰다. 두 골 모두 머리를 사용했다. 전반 25분 터진 선제골은 그야말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골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김수범의 크로스를 아크 서클에서 혼자 공중으로 껑충 솟구쳐 올라 헤딩골을 터뜨렸다. 하강진 성남 골키퍼는 멍하니 자신의 왼쪽으로 꽂히는 공만 바라볼 뿐이었다. 높은 점프력이 돋보였다. 2m가 넘는 큰 키를 감안한면 족히 4m에 육박하는 공중 지점에서 시도한 헤딩이라고 볼 수 있다. 1-2로 뒤진 후반 14분에도 헤딩 골맛을 봤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주앙파울로의 낮은 코너킥을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쇄도하며 머리로 밀어넣었다. 첫 골보다 더 기분이 좋았던 것은 그동안 피땀흘리며 훈련했던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터뜨렸기 때문이었다.

이날 골은 책임감에 대한 발로였다. 복이는 K-리그 적응 중이다. 그동안 최만희 광주 감독도 복이에게 득점을 특별하게 주문하지 않았다. 골보다는 여러방면에서 선수들을 돕는데 신경쓰라고 했다. 그러나 기존 공격수 박기동이 왼발 중족골 부골 제거 수술을 받아 결장하고 있는데다 김동섭마저 8일 울산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후반 조커로 폭발력을 보여주던 주앙파울로가 선발로 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복이는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도움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나서 골까지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미스 몬테네그로 출신 아내 마리아나의 예감도 적중했다. 지난 1일 이후 3경기 연속 득점포가 가동되지 않았던 남편 복이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아내는 성남전을 앞두고 '왠지 두 골을 터뜨릴 것 같다'는 예상을 했다. 복이는 아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광주FC 외국인선수 복이가 22일 성남전에서 전반 25분 선제골을 넣고 농구 세리머리는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광주FC
독특한 골 세리머니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선취골을 넣고 복이는 곧바로 중계 카메라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농구선수들의 슈팅 자세를 취했다. 추억이 깃든 세리머니였다. 2000년 세르비아 FK 믈라도스트 포드고리카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골을 터뜨렸을 때 선보였던 세리머니였다. 12년 만에 재현한 세리머니는 감동, 그 자체였다. 두 번째 골 세리머니는 주앙파울로에게 영감을 얻었다. 주앙파울로는 15일 전남전에서 팀을 패배에서 구해내는 동점골을 터뜨린 뒤 관중석으로 뛰어들어 광주 서포터스와 기쁨을 나눴다. 복이도 골이 터지자 A보드 광고판을 뛰어넘어 서포터스들과 환희를 즐겼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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