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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이근호 '해트트릭' 컴백골, 더이상 눈물은 없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3-16 20:59



16일 2012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3라운드 울산 현대와 성남 일화전이 열린 울산월드컵경기장, 울산의 홈경기 매치매거진엔 지난 13일 이서진이 예능프로그램 '1박2일-절친 특집'에 함께 출연한 이근호(27·울산)를 방문, 응원한 사진이 실렸다. '이근호, 절친 이서진의 깜짝응원에 골로 보답할까'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미대형' 탤런트 이서진의 깜짝 응원이 통했을까. 이근호가 터졌다. 터질 듯 터지지 않던 K-리그 컴백골이 '봇물'처럼 터졌다. 한 골이 아니었다. 올시즌 첫 해트트릭이었다. 오른발, 왼발, 머리로 멀티감각을 과시했다. 울산의 3대0 승리, 리그 3연승을 이끌었다.

K-리그 개막 전부터 화두는 J-리그에서 4년 만에 돌아온 이근호였다. 2월 29일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리며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16개 구단 선수들이 득점왕 후보 1순위로 이동국(전북) 데얀(서울)과 함께 이근호를 지목했다. A대표팀 수석코치 출신으로 누구보다 이근호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정해성 전남 감독도 "이근호는 골에 대한 집중력이 누구보다 강한 선수"라며 득점왕 후보로 꼽았다.

이날 경기 직전 화두도 역시 이근호였다. 경계와 기대가 엇갈렸다. 신태용 성남 감독은 "이근호를 잡는 것이 오늘 경기의 최고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감각이 좋기 때문에 곧 터질 것이다.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무서울 것"이라는 말로 기대를 표했다. 모두의 예언은 적중했다.

이근호는 자신감이 넘쳤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쉴새없이 오른쪽 측면과 문전을 전천후로 파고들었다. 이근호-김신욱, 리그 최강 '빅 앤드 스몰' 콤비는 무시무시했다. 김신욱의 머리를 향해 쉴새없이 칼날 같은 크로스를 쏘아올렸다. 이근호는 김신욱, 곽태휘 등 장신군단이 떨궈주는 볼을 지체없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전반 44분 결정적인 찬스가 왔다. 골대 안에 자리잡은 성남 중앙수비수 사샤의 선방에 막혔지만 이미 골냄새를 맡은 이근호를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1분 후, 인저리타임 시작 직후인 전반 45분 곽태휘가 골에어리어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김신욱이 튀어오르며 헤딩슛을 날렸다. 문전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놓치지 않았다. 오른발로 강하게 차넣은 볼이 골망을 흔들었다. 첫 골이 터지고 나자 홀가분해졌다. 후반 이근호는 펄펄 날았다. 성남의 수비진이 무너졌다. 후반 6분 고슬기가 중원에서 올려준 패스를 왼발로 밀어넣었고, 후반 30분 강진욱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꽂아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인천 2군 신화의 주인공,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엔트리 탈락의 아픔, 그토록 꿈꿨던 유럽행 불발…, 스물일곱, 축구 인생에 유난히 눈물도 사연도 많았다. 독하게 버텨냈다.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시작했다.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혹독한 지옥 동계훈련을 견뎌냈다. 지난 시즌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15골-1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4년 만에 돌아온 K-리그에서 해트트릭을 쏘아올린 이근호가 양팔을 벌리고 날아올랐다. 이근호 신화 '시즌2'가 시작됐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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