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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위한 자구책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까.
박주영(27·아스널)이 병역 의무를 최대 10년간 연기했다. 지난해 8월초 모나코 왕국으로부터 10년간 장기체류 자격을 얻은 그는 곧이어 병무청에 국외이주 사유 국외여행기간 연장허가원을 제출했다. 박주영은 8월 29일 연장 허가를 받았다.
병역에서 자유로워졌다. 10년 연기 기간을 채우게 될 경우 현역 입대를 피할 수 있다. 현행 병역법상 만 35세까지는 현역 입대, 36~37세까지는 보충역인 공익근무요원, 38세 이후에는 제2국민역인 군면제가 가능하다. 만약 박주영이 장기체류 자격을 연장한다면 군면제도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스타들의 병역 연기는 '뜨거운 감자'다. 박주영도 도덕적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적인 문제 없다, 하지만…
병역 의무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병무청은 "박주영의 병역 연기는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선수 생활에 또 다른 날개를 단 것은 분명하다. 선수 생활과 병역 의무를 함께 이행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만 29세(경찰청 입대, 상무 입대· 27세)다. 제한 규정이 있다. 29세 때 국내팀에 소속돼 있어야 한다. 박주영도 병역 의무를 위해 올해 혹은 내년 국내복귀가 점쳐졌다.
그는 이미 지난해 AS모나코에서 아스널(잉글랜드)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병역 연기를 해결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등을 통해서만 병역 연기가 가능한 줄로 알고 있던 박주영은 지난해 7월 한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했다. 이적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자문 결과, 모나코에서 장기체류자격을 획득하면 병역 연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나코 왕실은 박주영에게 흔쾌히 장기체류자격을 부여했다. 2008년 8월 AS모나코로 이적한 그는 모나코 왕실의 특별초청을 받는 등 특급 대우를 받았다. 3년간 모나코의 주포로 뛰며 팀에 헌신한 부분이 인정됐다. 당시 박주영이 이적 문제에 맞물려 있던 상황도 고려가 됐다. 대부분의 구단이 박주영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병역 문제에서 난색을 표했다. 모나코 구단 입장에서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모나코 왕실은 모나코 구단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주영 홀로 현실을 외면했다. 대다수 동료들이 상무와 경찰철 입대를 통해 병역 의무를 이행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박주영의 동갑내기 절친인 이근호(울산)는 일본 J-리그에서 뛰다 올해 국내로 돌아왔다. 그는 국가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누볐고, 조광래호에선 주장 완장을 찼다.
박주영은 지인들에게 "한국에 복귀해 선수 생활을 할 마음은 없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고 한다. 지난해 '박주영이 영주권을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는 소문이 축구판에 파다하게 퍼졌다. 병역이 축구 생명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박주영의 병역 연기는 논란의 불씨를 낳을 수 있다.
태극마크 계속 달 수 있을까
박주영의 병역 연기는 지난해 해결됐지만 이제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박주영은 AS모나코와 아스널 간의 이적료 협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주영 측은 "아스널이 박주영을 완전 영입했으나, 최근까지 모나코와 이적료 협상을 끝내지 못했다. 모나코 측에서 이적료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문제를 모든 상황이 마무리 된 이후에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양 구단 간 이적료 합의가 끝났기 때문에 공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주영의 이적료는 8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A매치 58경기에 출전, 24골을 터트렸다. 해외 장기체류자격을 얻었고, 병역이 연기됐다. 국가대표팀의 입지에 변화가 있을까. 태극마크를 계속 다는 데는 문제가 없다.
장기체류자격을 얻은 사람의 경우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거나 영리활동을 한 경우 허가가 취소된다. 영리활동이란 60일 이상 고용관계에서 보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대표 차출의 경우 보수를 받더라도 60일 이내 차출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CF 출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병무청의 설명이다.
박주영은 아스널과의 계약기간이 2014년 끝난다. 아스널에서 설자리는 잃었다. 최근 리저브(2군) 경기에서는 모나코와 토트넘 등 스카우트들이 방문, 박주영의 기량을 점검했다.
팬들은 박주영의 병역 연기 소식이 알려지자 싸늘한 반응이다. '돈 많고, 빽 있으면 어떻게든 군대를 뺄 수 있군요', '10년 뒤면 38살인데 그땐 가고 싶어도 군대 안가요', '법을 이용한 합법적인 방법이지만 꼼수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